망각 글. 이향숙 모든게 갑자기 정지된 기분이다. 이 세상에 혼자 내버려진 느낌. 어딘가에 날 찾고 있는 한사람을 위해 난 갈고 닦는다. 모든게 어제의 일처럼 떠오른다. 벌써 12년이 흘렀건만 난 잊지 못하고 가슴 한 구석에 늘 희미한 그림자가 내 마음을 붙잡는다. 홀연히 사라진줄 알았는데 흔적이 희미하게 내 마음을 어둡게 한다. 인연의 끈을 놓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훌훌 털고 손을 놓으면 모든게 편안하고 홀가분할 것 같은데 불완전한 나이기 때문에 쉽게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이렇게 홀로 있는 밤이면 더욱 짙게 그림자가 몰려온다. 결코 그리운 것은 아닌데 뭐가 그리도 내 마음을 붙잡는지. 날 찾진 않겠지만 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가장된 모습으로 사는지도 모른다. 난 지금 무지 행복하다고 나 스스로 착각인줄 알지만 그래야 조금은 덜 외로울테니까. 잊어야하는데도 내 기억속의 그 모습은 뚜렷하게 다가온다. 결코 건너지 못하는 망각의 강을 나는 오늘도 건너려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