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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세상에서 만난 사람들(7) -무서운 여자.


BY 여신의 섬 2003-08-11

무서운 여자라.... 귀신?
납량특집극에 나오는 귀신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3년 전인 2001년 11월 중순쯤.
30 -40 대 친목동호회에서 만났던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검은 여인. 저는 그 여인을 " 검은 여인 "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3년 전.
처음으로 " 정보의 바다 " 라는 인터넷을 알게되었고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가입하게 된 친목 동호회.

낯설고 어색해서 몇달동안은 그저 눈팅만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서 "벙개" 라는 데를 한번 나가 보았습니다.

도데체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 - 40 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냥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그런 사람들 말고..
적어도 컴퓨터를 다루고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고상하고 멋있는 사람들 일거라고 잔뜩 기대하면서...^^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벙개에 갔었답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까.. 뭐. 저하고 별반 다르지않은....
평범한 그런 아줌마. 아저씨들 이더라구요...^^ (쬐까 실망 -.-: )

저녁 7시 모임.
1차는 호프집. 한 30명쯤 왔더라구요.
배고픈데 저녁 밥은 안먹고 생맥주에 해물탕. 훈제족발. 두부김치 안주들 시켜놓고
그걸로들 떼우더군요..^^.
원래.. 벙개는 일케 하는 건가???..( 잘모름돠. -.-: )

2차로 이동한 노래방. 전 거기서 검은 여인을 만났습니다.

11월 중순. 겨울날씨는 매섭고 추웠습니다.

저는 이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추운 것인지라..^^
저~~ 눈밭에 곰이~ 굴러도..ㅋㅋ 끄떡없을 만큼 옷을 단단히 껴입고 나갔거늘..

검은 여인..
그녀는 검은 반팔 목폴라 티셔츠에 몸에 착 달라붙는 번쩍이는 검은 가죽바지.
검은 앵클부츠에 검은 단발머리. 그렇게 온통 검정으로 치장하고 나타났습니다.

기껏해야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그녀의 실제 나이는 44세.
이혼한지 10년이 되었고...결혼을 일찍해서 군대간 아들과 대학생 딸이 있다는 그녀.
옷차림이 좀 파격적이다 싶었습니다.

30 여명 회원들이 두팀으로 나누어서 들어간 노래방.

생면부지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서로 앞다투어서 노래하고 춤추고..
어찌나 시끄럽던지... 옆사람과 소리를 질러야 겨우 대화 가능하고...
전 촌닭이 생전 처음 상경해서 서울구경 한 것 처럼...
그 분위기가 영 어색하고 어리둥절, 좌불안석...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검은 여인은 저하고 달랐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노래 부르고, 몸도 참 유연하기도 하지...^^
다리를 벌려서 개다리춤. 바닥이 닳도록 트위스트도 잘추고..
정력도 좋으셔라..참 잘 노시더군요..^^

그러고는 글쎄....쉐상에나~~~~
술이 잔뜩 취해서 이남자 저남자들을 부등켜안고 뺨에 입을 맞추더군요.

(읔~~정말 더럽고 추해서 못봐주겠네.
이혼한 여자들은 다 저렇게 난잡하게 아무 남자한테나 몸을 비벼대면서 저렇게 사나?
기껏 평생 처음으로 벙개라는 데를 나왔더니..정말 못볼 꼴을 보았네...=3 =3.)

정말 불쾌하고 기분이 나빠져서.. 나 두번 다시 이런 모임에는 안나오리라고 다짐하면서..
집에 중환자이신 어머니가 계시기에 오래 있을 형편도 안되었지만..
회원들 노는데 방해 안되게 살짝 눈인사하고 먼저 나왔습니다.

이혼한 여자분들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다.
4편에 소개해드린 한천사 같은 분도 계시고....
다 나름대로 그만한 사정이 있으실거라고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 무쟈게 순진했던(?..^^) 저한테 그녀의 그런 행동은 ..
정말 불쾌하고 충격적 이었습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검은 여인. 그녀는 폭력남편에게 시달리다가 어떻하든지 벗어나려고
농약을 2번 먹고 자살기도. 구사일생으로 생명부지. 그리고 이혼.
두자녀를 키우면서 열심히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 그래서 혼자서 사는게 너무나 외롭고 슬프고 서러워서....
그렇게 노래방에서 광란의 몸부림을 치면서..아무 남자 품에나 매달리고...
어쩌면 순간적으로 자신의 고통스런 삶을 떨쳐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정이 떨어져서(?..^^)...
두번 다시 그 친목 동호회 사이트에는 들어가지도 않았고. 더이상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해가 바뀌어서 2002년 3월.
오랫만에 그 동호회를 찾아가보니..사정상 동호회를 페쇄하겠다..
가타부타 말한마디 듣지 못했는데... 사라져버리고 없더군요.
좀 황당하기는 했지만..
하루에도 우후죽숙 처럼 몇개씩 생겨났다 사라지는 인터넷 동호회 카페.
그냥 그려려니 했습니다.

작년 5월. 전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와 조금 친근하게 지냈던.. 그 없어진 친목 동호회의 회원으로 부터..

안부인사가 오고가고..그리고 그녀에게 전해들은 검은 여인의 진실은?..
전 그만 경악을 금치못했습니다.

검은 여인...그녀는 이혼녀가 아니었습니다.
폭력 남편과 자살기도는 다 새빨간 거짓말 이었고....

소시민인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서 하루하루 남편이 성실하게 벌어다 주는 월급가지고
열심히 착실하게 살림만 할 줄 알았던 착한 여자.
일찍 결혼해서 장성한 두자녀들 둔 그여인이..적어도 인터넷 카페를 알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랬는데...집에 자녀들 공부때문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그녀도 자연스레 인터넷을 알게되고 ..동호회를 알게되고 모임도 열심히 나갔습니다.

그동안 그저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 하는라 고생만 하고 살아온 그녀.
그런 그녀가 너무나 안쓰럽고 고마워서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벙개다 정모다.. 모임에 가면은 잘 다녀오라고 용돈 주면서 격려해 주었답니다.

그런데 그녀가 6개월 전부터 이상해졌다고 합니다.
걸핏하면 모임간다 하고 나가고..술먹고 늦게 들어오기 일쑤이고..
때로는 외박도 서슴치 않고.. 친구 만나서 놀다가 늦었다고 하기에 그런가부다 했답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하다 했는데..그녀가 이혼해달라고 하더랍니다.
" 좋은 사람이 생겼다. 이제 당신 같은 사람하고는 지긋지긋해서 못살겠다.
이혼 안해주면 농약먹고 자살하겠다. "
실제로 농약병 꺼내들고 마시겠다고 펄펄뛰면서 협박하더랍니다.

그래서 피를 말리는 끝없는 싸움 끝에..
"내가 이혼 안해주면 저러다가 생사람 하나 죽이겠다." 싶어서...
검은 여인의 남편은 합의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었습니다.

검은 여인은 그 길로 집을 나가서 ..다름 아닌.,,
없어진 그 친목 동호회 주인장 남자와 동거생활에 들어갔고..
카페가 없어진 이유는..
자기 친구이자 주인장의 애인인 여인의 남자(주인장)를 꼬셔서 헤어지게 만든 다음에..
그 남자와 살림을 차렸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를 ..이 바보같은 검은 여인의 남편은..못잊겠다 하면서..
그저 한때의 실수려니 용서하고 이해한다면서..부디 집으로 다시 돌아와달라고..
어떻하든지 한번 만나서 사정해보겠다고..카페친구들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그녀의 행방을 캐묻고 다닌다고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 소식을 전해준 회원도 검은 여인의 남편으로 부터...
몇번씩이나 전화연락을 받고 할 수 없이 외부에서 만나주었다가 ..
너무나도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고요.

4년전 암으로 세상 떠난 부인과 사별하고, 초등학생 두자녀를 혼자 키우던 그 주인장 남자.
정말 사람이 깨끗하고 매너있고 패션모델해도 좋을만큼 잘 생겼더군요...^^
느낌이 아주 신선하고 깔끔했던 사람.

아무리 자기 처지가 힘들었어도..
절대로 유부녀를 꼬셔서 남의 가정 파괴할 사람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남녀 사이란? 누구말대로...영원한 미스테리 같습니다...^^

무서운 여자 - 검은 여인.
결혼을 앞둔 두자녀를 버리고 ..착실한 남편을 버리고..
20 여년 지켜온 가정을 버리고...새출발 할 만큼 새남자가 좋았던가요?
그래봐야 또 앞으로 키워야할 남의 자식이 둘이나 생겼는데...새엄마 노릇하기는 쉬운건지?

어쩌면 남편이 무능하고 성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했을런지도...
자식들도 다 컸겠다. 이제 새출발하고 새롭게 살고 싶다. 그랬을지도..

무서운 여자 - 검은 여인.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개척한 용감한 여인 이었는지도....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의 상식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미스테리의 여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