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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된 로또


BY 불꽃같은 인생 2005-02-14

꽝된 로또

태어나서 처음으로 로또복권이라는 걸 샀는데, 역시나 행운은 나와 친한 상대가 아니었나 보다. 근방에 간 숫자도 없다.
푸후후! 내 이럴 줄 알았지.


요즈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던가!
정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갑에서 꺼내어 숫자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 뒤에도 쓰레기통에 집어 넣길 망설이는 로또영수증처럼 내겐 어깨를 짓누르는 부피 큰 생각들이 있다.
어서 버려야할 것은 버려야 홀가분해질테지.

하루하루 목표를 정해 놓은게 있었다.
한자공부를 할 때마다 오늘에 이어서 내일도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었고, 붓을 잡을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써내려 가리라 다짐했다. 책읽기는 또 어떤가!
어느 것하나 지속되는 게 없다.

무엇이 그리도 나를 오래토록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있나? 어떤 邪된 기운이 머릿 속을 온통 장악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미쳐야 미친다'
어느 경지에 도달하려면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낼 수가 없는 것인데, 행상 벌려 놓은 것처럼 펼쳐진 내 욕심들은 새로운 것들만 들여 놓아 가지각색 눈만 휘어 잡는다.

내가 갈 길도 멀어서 끝이 보이질 않는데, 현실은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아 끈다.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슴은 왜이리도 답답한 건지...
꽝된 로또영수증처럼 구겨질 것만 같은 내 인생!

우울한 2월이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