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촉촉이 스며든 길을 달리고 있었다. 무료함을 달래려는지 뒷좌석의 아이들이 퀴
즈놀이를 한다.
큰아들 :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 누구게?
작은아들 : (대뜸) 이순신!!! -(유일하게 아는 장군이름임.)
온 가족이 작은 차안에서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큰아들 : 아니지. 아버지가 김씨니까 '김'자로 시작해야지.
작은아들 :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김순신!!!-(헉∼스! ㅜ.ㅜ 내 아들 맞아?)
평소 작은 아들의 교육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엄마,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마땅하건만 이런 용감 무식한 아들이 귀엽기만 하니 어쩐다∼ \⌒.⌒/
큰아들 : 힌트 줄께. 싸움을 잘하고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야.
작은아들 : 아, 알았다 알았어! 김두한!!
연이어 계속된 퀴즈 놀이는 출제자도 잘 알지 못할 만큼 난해(?)한 것들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새삼 영상매체의 힘이란게(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게 되면서 약간의 씁쓸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가을의 끝자락을 적시는 이슬비에도 슬프
지 않을 가족의 웃음소리 가득한 나들이였다.
참고 : 큰 아들(9살), 작은 아들(6살)
2003. 11. 09. 일요일. 시골의 육촌동생 결혼식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