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자꾸만
뒷걸음질 치는 모습의 내가 있다.
열린 창문 사이로 들려오는
꽹과리, 장구 소리가
나의 시선을 오랫동안 잡아 끈다.
현란한 조명과 구름판의 울림이 있는
무대가 없더라도
언제 어디서건 흥겨운 춤사위가 나올 것 같은
우리의 가락!
흙을 밟고 돌아가는
무색옷에 색동저고리를 입은 그 무리속으로 들어가
이내 나도 어울려서 한바탕 놀아보고 싶다.
종이와 붓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소리는 또 어떠한가!
사각사각~!
화합의 소리, 우정의 소리다.
이것과 비슷한 소리가 또 있다.
한복의 소리~
몸을 움직이거나 발검음을 뗄때마다
들려오는 베일듯 깔끔한 소리!
짧은 필력으로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긴 장마의 끝에서
따갑게만 여겨지던 튼실한 가을 햇살에 성글었던 벼들도
이제 그 뿌리만 남겨 둔채
농부의 창고에 쌓여 간다.
바람에 스치던 이삭들의 노랫소리는
내년에 다시 들을 수 있겠으나
벌써부터 그리워 지는건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보는
내 지나친 습성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