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면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공간중에
가장 머물기 싫은 공간이 바로 엘리베이터와 욕실이다.
똑같은 모양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라는 거대한 조형물은, 사람들을 차갑고 딱딱한 곳에 가두고, 편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추앙받고 있다. 좁은 땅덩이에서 나름대로 살아나가야 하는 방편이기도 하기에 별수 없는 노릇이지만, 욕실이라는 공간은 날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이 토해낸 오물과 찌꺼기들을 씻겨내리는 좁은 공간엔 그 동작이 의심스러운 환풍기 하나만이 달랑 달려있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도 통할길 없는, 창문하나 달리지 않은 좁은 공간안에서 온갖 오물들을 씻어내려야 하는, 한시라도 빨리 탈출을 꿈꾸는 공간이다.
엘리베이터는 또 어떠한가! 육중한 문이 닫히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에 몸을 내맡기고 숫자에 의지해야하는 공간이다. 게다가 누군가 함께 타고 있으면 숨을 쉴수 없으리만치 답답하고 불안한 곳이 된다.
도시에서 살아온지 몇년이건만 아직 나는 냄새나는 푸세식 화장실에 앉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미풍을 꿈꾸며, 고갯길을 올라, 골목길을 돌아 향하는 친구집을 그리워 하는건가!
나이를 먹었나부다. 배롱나무의 화사한 꽃이 너무나 예쁘고, 산들바람부는 커다란 나무그늘아래의 들마루가 그리운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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