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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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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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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배우며


BY 빨강머리앤 2005-06-29

나는 운동에 영 소질이 없다. 거의 모든 운동에 재능도 없을 뿐더러 운동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천상 운동체질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인 셈이다. '운동치'라는 말이 있다면 내게 딱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때문에 나는 학교 다닐땐 체육시간이 가장 싫었다.  당연히 체육은 점수도 안나와 평균점수를 까먹는 과목이었다.

특히 매트와 윗몸 일으키기는 내게 있어 거의 쥐약이었다.  매트를 넘기 위해 달려 가다 멈춰 서곤 해서 체육선생님께 야단 께나 맞았다. 아무래도 내 키가 작은 탓이라기 보다 겁이 많았던 탓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윗몸 일으키기에 관해서도 여전히 자신이 없다. 하나도 제대로 못했던 것을 체력장 때문에 피나는 (?)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만점을 맞을수 있을 만큼은 되었지만 그것도 그때 뿐 지금은 다시 원상복귀.

달리기는 거의 공포에 가까운 종목이었다. 몸이 무겁다거나 둔한 편도 아니건만 달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때문에 꼭 한번은 뛰어야 했던 운동회날은 즐겁고 신나는 날이 아닌 어떻게든 피해가고 싶은 괴로운 날로 기억한다. 내 차례가 가까워 오면 안 마렵던 오줌이 갑자기 마렵고 벌써 100미터 달리기를 한 것 마냥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도 했다. 내가 혹시 심장이 안좋은가 싶은 불안을 그때 부터 가졌지만 내 심장에 관한한 건강하다고 자신할수가 있는데 왜 그렇게 가슴이 뒤었는지 지금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내가 단 한가지 자신 있는 운동이 있었으니 그것이 스트레칭이었다. 사실, 스트레칭을 운동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정적이어서 그것도 운동의 범주에 속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종목이지만... 스트레칭에 자신이 있다는 것도 중학교때 일주일에 한번 들어있던 무용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이 그렇게나 중요할 만큼 뛰어나게 스트레칭 실력이 좋았던건 아니지만 타 운동에 비하면 그래도 비교적 월등히 나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춤에 관한한 운동신경과 맞먹을 정도의 몸치이고 보니 그냥 '몸뻗기'만 조금 잘햇다는 그런 얘기.

아무튼 운동에 관한 한 할말이 없던 내가 그래도 유연성을 기본으로 스트레칭에 조금은 자신이 있다고나 할까? 그래 나 다른건 몰라도 유연성 하나는 괜찮다는 말이지. 그당시 무용 시간에 친구들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몸을 뻗고 굽히는 나를 보고 꽤나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으니까...

무용이 있던 학기도 지나고 나도 그냥 스트레칭과 유연성에 관해 잊고 있었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다만 정량을 초과해서 음식을 먹고난 다음에 소화를 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일명 '자전거 돌리기'를 하곤 했던 전력으로 보아 아마도 중학교때의 무용시간의 연장선 상으로 그것을 해석 해도 무리가 없었겠다. 바닥을 보고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잡고 정면을 바라보며 몸을 공굴리기 정도를 혼자서 생각나면 가끔 해 보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둘 낳으면서 그것도 다 잊고 있었다. 그러면서 운동에서 완전히 멀어져 있었는데 우연히 아이친구 엄마 앞에서 내 유연성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앉은 자세에서 두다리를 최대치로 벌린 다음 몸을 앞으로 뻗는 동작을 정말이지 몇십년만에 해 보아는데 그게 되더라는 거였다. 아이둘 낳은 여자의 몸치고 꽤나 유연성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그 재능(?) 키워 보는게 어떻겠냐는 당시에 씨도 안 먹힐 얘기를 했었다.

그것이 무용이든 요가든 뭔가 시작해 보라는 그 엄마의 얘기를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냈다. 한편으론 당시만 해도 생소한 운동이었던 요가에 대해 조금은 관심이 두기 시작했던것 같다.  '내가 굳이 운동을 시작한다면 요가를 배우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 했다.

그렇게 생각만 했던 것을 실천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된 건 내몸, 특히 어깨부위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웰빙 바람을 타고 요가 붐이 일었다. 지방 소도시인 이곳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 걸음 늦긴 했지만 지난 해 부터 요가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요가원이 갑자기 생겼다기 보다 기존의 헬스장이나 스포츠센타에서 앞다퉈 요가수업을 시작했다고 해야 겠지. 십여년을 전업주부였던 여자가 갑자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일에 대한 스트레스 사람과 사람사이의 문제들이 전부 어깨쪽을 압박했나 보았다. 어깨 통증을 호소하다 요가를 배워 보기로 한 것이다.

직장일 때문에 일주일에 두번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그것 만으로도 내게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 왔다. 요가를 시작한지 한달이 지난 요즘 어깨의 통증이 많이 완화 된 것이다. 물리치료를 받아서도 침을 맞아서도 효과는 그때 잠깐 뿐이었던 것이 요가를 배운후 눈에 띄게 통증이 사라졌다.  나 역시도 요가를 하면서 군살을 뺄 목적도 없었던건 아니지만 어떤 운동이건 한달만에 쉽게 살이 빠질리도 없고 더군다나 요가는 항간에 알려진 바와 다르게 살을 빼는 운동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체질마다 다르겠지만 일년여를  요가를 배웠다는 사람도 몸무게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걸 보면 요가는 살을 빼는 운동이라기 보다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운동이라고 보아야 될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소기의 성과를 보면서 그리고 스트레칭이 내 몸에 맞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요가시간을 즐기고 있다. 비록 그것이 일주일에 두번이고, 그나마도 오늘로서 한동안 요가를 쉬어야 할 상황이 되었지만 말이다.지난주 까지 요가 등록마감일 이었는데 등록을 하지 않았다.7월이면 아이들이 방학을 하게 되어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이다.

동안은 그동안 배운 요가를 집에서도 틈틈히 해 나갈 것이고 방학이 끝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요가를 배울 생각이다.  요가를 배우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우리 몸은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움직여 주는 걸 좋아한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그러므로써 신경세포와 근육세포로 연결된 우리 몸이 유기적인 활동을 통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요가의 두가지 미덕은  우리의 몸을 그것도 평소에는 잘 쓰지 않던 곳 까지 구석 구석 움직이고 풀어 줄 뿐 아니라 명상을 통해 마음의 근육 혹은 세포까지도 건드려 우리몸을 일으켜 세운다는데 있는것 같다.  요가는 꽤 괜찮은 몸운동, 마음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