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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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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앞둔 친구와 서울숲에 가다


BY 빨강머리앤 2005-06-20

지난 주말(6월 18일)에 서울시 성동구에 '서울숲'이 개장을 했다. 35만평이라는 국내최대 규모의 이 공원의 목표는 '서울의 하이드 파크'란다. 서울 시민들이 언제든지 숲이 들어선 쾌적한 공원에서 놀이도 즐기고 운동도 하며 여가를 즐길수 있을 만한 공원을 만들겠다는 자부심으로 만들어진 서울숲이 조성되기 까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컸다는데...

전체적이 공원 관리와 자산  즉 하드웨어는 서울시가, 세세한 부분, 즉 소프트웨어는 '서울숲 사랑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맡는다고.  공히 시민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서울숲이 서울시민들에게는 물론이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보여줄수 있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개장 이틀째인 일요일에 서울숲을 찾았다.

다음달이면 호주로 떠날 친구네 가족과 함께. 친구에게 서울에서의 추억을 한가지 보태주고 싶었다.

뚝섬역을 나서자 역사 바깥으로 부터 더운 열기가 한꺼번에 끼쳐 오는듯 했다. 벌써부터 한여름의 열기가 느껴졌다. 오랫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이 반갑고 그새 불쑥 커버린 친구의 두아들은 듬직하다. 오랫만의 만남이라 처음엔 서먹해 하던 아이들은 곧 익숙하게 어울린다. 앞선 엄마들 뒤로 고만 고만한 아이들 넷이 뒤따르며 서울숲을 향해 갔다.

오전이라 그리 많은 인파는 아니지만 숲으로 향한 사람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장 첫날인 토요일엔 10만이 몰렸단다. 개장 초기라 그런가, 뚝섬역 주변과 서울숲으로 걸어가는 길이 여간 복잡하지 않다. 공원 조성과 더불어 주변정리도 따라 주어야 하는데 서울숲 가는 길이 공장지대라서 그런지 삭막하다는 인상을 떨칠수가 없다.

서울숲에 심어진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기 위해선 적어도 십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은 듬성이듯 나뭇잎들이 나 있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기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우람한 나무들 아래를 찾아 들었다. 각자 가져온 먹거리를 풀어놓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우리도 공원 안내대에서 가져온 공원안내도를 받아 들고 느티나무 아래로 들어섰다. 나무아래는 잔디를 심어 푹신한 푸른융단을 밟는듯 했다.

느티나무 아래 잔디밭에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차를 마셨다. 김밥을 먹고난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잔디밭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열기구를 띄우는 광경을 넋을 놓고 구경했다.  같은 땅에 살면서도 좀체 만나기 힘들었던  친구와 오랫만의 해후가 어쩌면 한동안 볼수 없을 이별을 앞둔 만남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견이 싸아했다. 친구는 선물이라며 보라색 나는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건넸다. 목걸이 볼때마다 나 생각해.

열기구가 떠오르는 진풍경을 뒤로하고 생태숲으로 향했다. 규모가 규모인 만큼 볼것도 많고 체험할것도 많아서 도무지 어디서 부터 구경을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다. 안내도를 보며 아이들과 상의를 할라고 치면 아이들은 자전거 부터 빌리자고 성화였다. 공원안에 있는 '자전거의 집'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는 보도를 접한 뒤였으나 막상 자전거의 집에는 자전거가 한대도 없었다. 아직 준비를 못했으니 양해해 주라는 말에 아이들은 가장 큰 즐거움을 빼앗겼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자전거 타고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공원 전체를 돌아볼 생각을 접어야 해서 조금 아쉬웠다.

'아이스크림 먹자' 는 말에 풀죽은 아이들의 표정이 금방 밝아진다. 아이스크림의 힘이 그정도일 줄이야.... 아닌게 아니라 벌써 부터 아이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다. 조금 더 오랜 시간이 지나고 숲이 우거지면 한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을 것이다. 울창한 서울숲을 미리 느껴보고 싶어 숲산책로를 따라 갔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아이들은 두말없이 잘도 따라오고 산책로는 다행히 다른곳보다 많은 나무들이 조성되어 있어 제법 숲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산책로를 따라 가며 몸으로 확연히 느껴지는 변화를 경험했다. 나무가 무성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 산책로를 따라 가니 그곳은 거짓말 처럼 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숲이 좋긴 좋다. 산책로 중간 중간에 소풍을 나온 듯한 가족들이 자리를 펴고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는 광경을 보았다. 평화롭고 여유롭게 느껴지는 풍경을 보며 서울숲 공원을 가진 서울 시민들이 굉장히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와 떡갈나무 그리고 은행나무를 섞여 숲길을 조성해 놓았다. 각각 다른 나무들이 어울려 멋진 숲이 되는 상상만으로도 시원해 지는 길에는 우리들꽃들이 앙증맞게 피어나 눈길을 끌었다. 술패랭이, 산수국, 나리꽃등이 길따라 심어진 꽃들에 열심히 눈맞추며 걷는 동안이

행복했다.  어쩌면 한동안 못 볼 우리들꽃이 이렇게나 예쁘고 정겨운 꽃들이었음이 새삼스러운지 우리들꽃을 하나하나 불러 주는 친구의 마음이 바람에 흔들리는 패랭이꽃 한송이 같다.

그 길에서 반가운 꽃 한송이는 무엇보다 벌써 지고 없어야 할 봄꽃인 금낭화꽃이었다. 이름을 잘 몰라 '줄줄이꽃'이라 혼자 맘대로 이름지어 불렀다는 금낭화꽃은 친구의 마음에 또하나 그리움으로 남아 줄런지,...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강변같은 호수가 시원하게 분수줄기를 품어 대고 있었다. 벌써 신발을 벗고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틈으로 들어가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 곁으로 퐁퐁 물수제비를 뜨고 놀기도 했다. 친구에게 선물로 물수제비 뜨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놀이터로 달려간다.  공원안에는 군데 군데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더운 날씨에 놀이터에서 놀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후줄근해 졌다. 이젠 물놀이다. 물놀이터도 제법 그럴듯 하게 꾸며 놓았다. 예쁜 돌들이 박힌 시골의 냇가를 그대로 재현한 물놀이터에 벌써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로 북적이고 우리아이들도 못 참겠다는 듯이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더울땐 뭐니 뭐니 해도 물놀이가 최고다. 특히 아이들에겐. 물속에 한번 들어간 녀석들이 나올 생각을 안한다. 덕분에 비로소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배가 고파진 녀석들이 두시간 가까이 물속에서 놀다 나올때까지... 공원안에 매점이 있지만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아직 없으니 밥을 먹으려면 서울숲을 벗어나야 했다.

구경한 곳 보다 구경 못한 곳이 아직 더 많이 남아 있었지만 '곤충식물원'을 들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서울숲 구경을 마쳤다. 곤충식물원은 말그대로 곤충과 식물원을 한꺼번에 볼수 있는 곳이다.식물은 대체로 열대 식물들이 주를 이뤘고 아이들이 흔히 볼수 없었던 곤충들의 생태환경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진열해 놓았다. 장수하늘소, 풍뎅이, 쇠똥구리와 매미와 나비들의다양한 모습을 한꺼번에 볼수 있었다. 특히 나비표본실에 있는 나비날개의 다양한 색감은 혀를 내두를 만큼 다양하고 고왔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곳은 미꾸라지를 풀어 놓고 원하는 아이들이 미꾸라지를 잡아 볼수 있게 만든 돌확이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손으로 고기 잡는게 마냥 신기하고 재밌는지 그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보는 어른의 입장으로선 잡은 고기로 장난을 치며 노는게 영 못마땅한데 아이들은 물고기를 잡는다는 경험이 무지 색다른가 보다.

한국에서의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될 거라며 친구가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덕분에 추억 한가지 더 얹어 갈수 있어서 가서 외로울 때마다 두고 두고 꺼내 볼거라고 했다. 이젠 헤어져 먼 훗날 만날 약속을 기약해야 하는 지하철 역에서 포옹하다 우리 둘다 울어 버렸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애써 감춘 눈물도 소용없이 충혈된 눈으로 작별을 고해야 했다. '잘 살아, 나도 잘 살께' 그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잘 살아라, 나도 잘 살고 있을께.

몇년이 흐르고 나중에 다시 한국에 오게 되면 서울숲에 제일 먼저 가자고 약속했다. 아마도 그때는 서울숲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울창한 숲이 우릴 반겨 줄테지. 아이들은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아름드리 자란 나무들 처럼 무럭무럭 자랄 아이들과 함께 오늘처럼 숲을 거닐다 물놀이도 하고 강변에서 물수제비도 뜨는 재회의 그 날에 우리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수

있기를....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