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알이나 되는 약을 먹고 붙이는 소염진통제까지 사용했지만 여전히 허리가 아프다.
이 통증은 낯설고도 불편하다. 평소에 허리에 관한한 매우 자신이 있다 싶은 유연성를 가진 나였건만
허리를 다치고 보니 통증이 만만치가 않다.
그 원인은 자전거에 있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자전거를 좋아한 나의 짝사랑에 있었을 것이다.
햇살좋고 훈풍부는 봄날, 강촌으로 아이들 데리고 주말여행을 떠났다.
북한강변을 따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대한민국에서 드라이브 코스로는 그중 으뜸이라는 경춘국도를 달린다.
벌써 봄꽃들은 져버렸고 초록빛으로 물든 풀잎 사이로 민들레가 노란 점을 찍어 놓았은
기차길을 따라 조팝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는 강변도로는 아름다운 한폭의 수채화였다.
강변을 따라 이어진 산능선에는 벌써 초록물결이 넘실댄다.
그 초록물결 사이로 연분홍 산벚꽃이 피어나 또하나의 풍경을 연출했다.
사월의 마지막주, 초봄이 가고 진짜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길을 따라 어디를 나서도 좋겠지만, 봄볕 쏟아지는 강마을을 자전거로 돌아본다면 금상첨화 겠다
싶어 나선곳이 강촌..
청춘의 추억 한자락을 묻어둔 당신은 강촌은 어떤 이미지로 떠올릴 것인가,
젊고 화사한 기억 속에 떠오를 강촌의 추억이 없는 내게 그곳은 한적한 강촌 마을과 함께
자전거가 먼저 연상되는 곳이었다.
과연 강촌교를 지나 강촌에 도착하니 거리 가득 자전거가 넘쳐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아니라 자전거 대여소에서 늘어놓은 대여용 자전거 말이다.
딱히, 자전거 대여소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한집 건너 한집이 대여하기 위한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는듯해 보였다. 그게 참 신기했다. 그러니 강촌하면 자전거가 연상되곤 하던 내 기억이 맞기 했지만
오늘날의 강촌은 강을 낀 한적한 촌(?)이 아닌 북적대는 소도시에 불과 했던 것이다.
차들이 질주하는 마을길을 보면서 강촌에는 자전거 하나로 모든 교통수단이 해결이 된다면 참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하나만으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할것 같은 크지 않은 도시,
이왕에 마을은 자전거가 차고 넘치니 누군가 한사람 쯤은 그런 발상을 해봄직도 한데...
자전거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볼까 하다 도중하차를 할 동안 까지 인도(人道)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면서 긴장한 탓인지 온몸이 뻣뻣할 지경이었다.
인도가 없으니 사람들은 찻길끄트머리를 조심스럽게 지나다녔고, 그 사이 사이로
자전거는 묘기를 부릴 정도로 조심 스럽게 운전을 해야 했다.
아슬아슬한 이차선 도로를 벗어나 구곡폭포로 가는 자전거 전용도로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전거 초보인 나의 지나치 안전제일주의에서 나온 소견일수도 있었다.
'뭐, 어때, 시골길이야 다 그렇지.'
찻길에서 빠져나와 한숨을 내뱉는 나를 향해 남편은 도대체 겁이 너무 많다고 불평이었다.
다행히 자전거전용 도로는 조금전에 지나쳐온 이차선 도로에 비하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줄을 지어 폭포를 보러 가거나 벌써 내려오고 있었다.
한여름이다 싶을 만큼 화창한 날씨 속에 화사한 반팔차림의 젊은 연인들이
한가롭게 자전거 타는 정경이 아름다웠다. 밝고 화창한 날씨,
벚꽃잎이 흩날리고 길가에 핀 꽃들 위로 부지런히 나비들이 날아들고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길....
영화속에서 혹은 시에프에서 본 듯한 장면들이 바로 앞에서 연출되던길...
하늘하늘 날리는 꽃잎이나 가벼운 몸짓으로 팔랑거리는 나비처럼 가볍고 우아하게,
나도 그렇게 자전거를 몰고 싶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 마음뿐...
겨우 평지에서나 자전거 타기가 가능한 나에게 길 중간중간의 오르막 길은 여전히 높고 가파른 언덕과도 같았다.
어디에 부딪힌 것도 아니요 허리를 삐긋한것도 아닌데 지금 이토록이나 허리가 아픈것은 '긴장'이 그 원인일 것이다.
혹은 자전거에 대한 기초도 못익힌 내 무신경한 운동신경 탓일 것이다.
벌써 사흘째에 접어든 이 허리아픔은 여러가지로 나를 불편하게 한다.
건강할때는 생각하지도 못한 작고 사소한 일들이 모두 심각하고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누웠다 일어서는 일, 똑바로 앉아 있는 일, 머리감는일....
그런 사소하고 너무도 일상적인 일들에서 불편을 느끼면서
새삼스럽게 내 몸에 대한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별탈없이 건강하게 살아가게 해준 몸에 대한 감사함도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몸은 건강할때 챙기라는 말, 절대 그냥 지나칠 말이 아닌것을 그간에 무시하고 살았던 나를 반성해 본다.
운동이라면 질색이었다. 체육과목이 그래서 제일 싫었다.그것도 반성한다.
내몸 내가 잘 가꾸려면 운동과도 친해져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스트레칭도 운동이라면 다행히, 그것엔 조금 자신이 있다. 지금은 허리가 아파서 무리지만
다음달에 동네분과 요가를 함께 다닐 예정이니 조금은 더 전문적인 스트레칭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픈 허리가 낫거든, 꾸준히 운동을 하여 몸의 유연성을 기르는데도 시간을 투자하리라, 다짐한다.
우리 몸이 소중하다는 사실,아파보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