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북한강변에서 '별빛이 흐르는 낭만 콘서트'가 있었다. 남양주세계 야외공연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말 그대로 별빛이 흐르는 밤10시 부터 새벽까지 이어졌다. 콘서트를 보러 서울서 부터 내려온 가족단위의 관람객으로 부터 3,40대의 남양주 시민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콘서트는 제목이 뜻하는 바대로 한밤에 시작하여 서울 지하철이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끝나는 아주 특별한 무대였다.
별빛을 만나러, 밤안개 피어오르는 북한강변의 바람을 만나러, 그리고 특별히 이번 공연을 위해 노개런티로 참여하는 우리나라의 내노라 하는 가수들을 만날수 있다는 설렘으로 북한강을 낀 새터 삼거리를 향하여 길을 나섰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에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섰다. 서둘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한발 앞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더 일찍 나선 사람들이 있었으니.... 가로등도 없는 강변근처 임시 주차장에 빽빽한 차량들을 뚫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에 보았다. 북한강에 뽀얀 물안개가 서려 있는 것을... 어둠을 뚫고 밤벌레 울음소리 우렁차게 들려오고 강변으로 부터 찬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가운데 공연장 앞마당을 휘황하게 밝힌 무대와 벌써 자리를 다 차지하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람들이 보였다.
낮동안 후텁지근했던 때문인지 하늘엔 별이 드물었다. 별빛이 흐르는 낭만콘서트, 라는 콘서트 이름이 조금은 무색해 졌지만 그런들 어쩌랴... 첫무대를 차분하게 펼친 '길굿솔로이스츠',젊음과 패기로 똘똘뭉친 '오션로드'의 공연에 이어 졌다. 길굿솔로이스츠의 명성은 익히 들었던바, 우리음악을 현대음악에 접목한 고급스러운 음악을 들려 주었다.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로드'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오션로드의 연주는 타오르는 여름햇살을 연상시킬 만큼 정열적이었다. 1부 순서의 마지막으로 북한강에서의 콘서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듯한 '정태춘 박은옥' 부부의 노래가 이어졌다. 강변의 습기 때문에 한동안 줄을 고르는 동안 박은옥님의 이번 공연에 대한 나름대로의 소회가 가슴으로 와닿았다. 축제의 성사 여부를 놓고 남양주시측과 시민추진위측의 갈등으로 어려운 가운데 진행되는 남양주야외축제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는 메세지였다. 이윽고, 줄고르기를 끝낸 정태춘님이 '북한강에서'를 불렀다.
북한강변에서 정태춘님의 '북한강에서'를 듣는 느낌이 아주 특별했다. 잔잔한 노래소리가 강물위로 잔잔히 퍼져오는것만 같았다. 마침 강안개는 어렴풋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를 두분이 부를때는 여기저기서 노래를 함께 따라하는 사람들이 있어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 해지고 이윽고 일부순서가 끝나자 예정된 대로 김미화씨가 등장을 했다.
김미화씨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참 작은 그녀, 하지만 무대를 꽉 채우는듯한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서서히 공연이 무르익는 가운데 2부의 첫번째 손님으로 안치환씨가 무대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안치환씨의 공연을 보기위해 그길을 달려왔던 나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안치환씨 노래에 열띤 환호를 보냈다. '자유'와'내가만일' 그리고 '철망앞에서'등을 부르는 안치환씨의 목소리는 거대한 폭풍과도 같았다. 꿈만 같던 안치환씨의 무대는 '남양주 세계 야외공연 축제를 위하여~'를 합창으로 위하여를 부르고 끝이 났다.
그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페미니스트인'안혜경'씨의 무대의 분위기 또한 열정적이고 독특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여자의 입장을 노래로 대변하는 이가 있다는 것에 어떤 든든한 연대의식같은게 느껴져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박수로 화답해 주었던 무대였다. 그녀가 텔레반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프간의 여류시인의 시로 노래를 부르는 순서에서는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안혜경씨가 마치 여류시인을 대신한 듯한 느낌이 들었던 아름다운 노래였다.
마지막 3부 순서에서는 '클라우드 나인''나미밴드'등 요즈음에 한창 활동하고 있는 젊은 밴드가 출연했다. 최신 유행가요에 대해 무지한 나로선 그들의 노래가 다소 생소하게 들렸지만 적어도 이번축제에 노개런티로 출연해준 그들의 열성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생각보다 가창력에 있어서는 어느 가수에 뒤지지 않은 실력을 갖춘 멋진 밴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으로 가는 북한강변은에서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더욱 젊어진 무대는 뜨거운 젊음 기운으로 가득차는 듯했다.
'별빛이 흐르는 여름밤 낭만 콘서트'를 위해 기꺼이 달려와 이번 축제를 빛내준 가수들의 한결같은 바램대로 아름다운 북한강변을 무대로 펼쳐지는 '남양주 세계 야외공연 축제'가 내년에는 더욱 성대한 잔치로 자리매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 지는 멋진 무대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