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만두'파동이 끝내는 모 만두업체 사장의 자살로 귀결이 되었습니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행정당국과 검찰은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하지만 비슷한 일련의 '먹거리 관련 사건'을 겪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못믿을 세상이 되어 버린지 오랩니다.동방예의지국'이라 한때는 거창한 이름을 단 '고요한 아침의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불량만두 사건이 터졌을때 사람들이 이구동성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먹을것 가지고 장난하는 넘~들, 가만 두면 안된다'고요...'지들은 자식도 없나, 그래 그런 만두 만들어 자기 식구들한테 먹으란 소리 못하겠지?'...
사실, 나도 불량만두 파동에 대한 뉴스를 접할때 속이 울렁거렸지요. 그동안 먹은 만두가 내몸속에서 비벼지고 있는 듯한 상상을 하니 기분이 여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우리 딸아이가 생각이 나더군요.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우리딸이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물만두 거던요.나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만두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할인마트의 식품매장에서 냉동만두를 사두곤 했습니다. 아이 간식으로 물만두를 해줄 요량으로요... 아이는 당연 좋아했지요.
얼마전에 더위를 먹었는지 딸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머리 아프다고 누워 밥도 먹으려 들지 않은 아이에게 뭐가 먹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또 만두 타령입니다. 만두먹으면 괜찮아 질것 같다고 하여 퇴근길에 집근처 만두 가게를 들렀습니다. 자주 가는 집이었고, 그집은 냉동만두가 아닌 직접 만들어 파는 만두집 이었습니다.
한산한 만두집에 아주머니가 덩그렇게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들어가자 반갑게 맞아주는 아주머니께 농담삼아 물어 보았습니다.'이집은 불량만두 안팔지요?' 그러자 펄쩍 뛰며 아주머니는' 우리식구도 먹는 건데 어떻게 먹을거 가지고 장난 하겠어.. 안그래도 불량만두 때문에 매출이 떨어져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야' 하셨습니다. 정말 '만두부인 속터지는'지경이라는 것이었지요.
밥을 먹으려 들지 않던 아이는 내가 사온 만두를 맛나게 먹고는 기운을 차렸습니다.
오늘 아침엔 만두를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사다 쟁여둔 냉동실의 만두가 조금 남았길래 미련없이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와르르 쏟아버렸습니다. 우리집 냉동실에 있던 만두는 '취영루'(이름을 밝혀도 무방하겠죠?) 라는 상표의 만두였으니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불량만두 업체로 검찰의 리스트에 오르내린 15개 업체에서 비켜 났다고는 해도 어쩐지 마음 한편이 께름직 한게 사실이었거든요. 이제는 '냉동만두'라면 싸잡아 '불량만두'라는 인식이 앞설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량만두 사건이 남긴 상처는 단순하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이렇게 불량식품 파동으로 진짜 양심적으로 만두를 만들어 파는 업체까지 불통이 튀어 '고래싸움에 새우등'터진 만두집이 한둘이 아니라지요.동네 분식점 만두가게 마다 매출이 줄어 파리만 날리는 만두가게가 어디 한둘 이겠습니까?
이번 만두파동이 지난번 한반도와 아시아를 휩쓸었던 조류독감 파동과 유사한 면이 많은듯 싶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닭요리 전문점과 치킨점을 이용하던 소비자가 급감하고 뒤이어 문을 닫은 집도 하나둘 생겨 나면서 앞으로 닭이 설자리가 없을것 같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닭고기 값이 오르고 언제 그런일 있었냐는듯 닭고기를 먹기 시작한 일이 불과 얼마전 일입니다.
조류독감 경보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로부터 완전히 안전해 진것은 아닐텐데 말이지요.. 그런 종류의 음식파동이 한둘 있어 온것도 아니지만 언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격으로 항상 마무리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음식파동이 있을 만한 근본적인 요인은 그대로 두고 말이지요.
이번 냉동만두 사건도 만두제조업체 사장의 자살관련 소식으로 떠들석 하다 대강 마무리 짓고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고 나면 또 한동안 잠잠해질지도 모릅니다.
냉동만두 사건의 주요 단어는 '무우말랭이'와 '단무지 찌거기'입니다. 사건의 개요를 읽어 보던 남편도 내게 물었지만, '만두에 왜 무말랭이하고 단무지가 들어가지?' 였습니다.
내가 알기로 만두의 주재료는 , 두부와 파와 고기와 당면과 기타 양념입니다. 고기 대신해 김치나 부추를 넣으면 더 단백한 맛이 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만두소는 그것인데 언제부터 만두소에 '무말랭이'와 '단무지'가 들어 갔더란 말인지... 내가 모르고 있는 어떤 지방의 특별한 만두 요린지..이해할수 없는 무말랭이와 단무지가 들어간 만두소., 하지만 무말랭이와 단무지가 들어가서 만두를 더 맛있게 한다면 한발 양보를 해야 겠지요. 더 못말릴 일은 그 무말랭이와 단무지 찌거기를 표백제등,인체에 해로운 화확약품으로 비위생적인 처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말 이해 못할 일이며 이해 해서도 안될 일이지요..
이부분에서 속이 울렁거렸고 내 몸속에서 비벼지는 불량만두가 울컥, 하고 넘어울것 같더란 말입니다. 먹을거 가지고 장난하는 넘들...... 지구에서 추방해야 돼!! 하는말 절로 나오더란 말이지요. 편식에, 소식(少食)에 말라깽이 우리딸이 좋아해 마지 않던 만두,, 앞으론 조금 귀찮더라도 내가 직접 만두를 만들어 먹어야 할까 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핑계로, 혹은 손쉽게 사 먹을수 있다는 핑계로 그동안 만두 만들어 본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도 이번 만두파동을 계기로 한가지 결심한게 그것 입니다. 오래전에 래시피를 모아 둔 파일북을 꺼내 봐야 겠습니다. 너무 오랫만이라 만두 만드는 법도 까마득 합니다.내가 좋아하는 김치전골에 만두 끓여 먹는 '김치전골 만두'도 해먹고 딸아이가 좋아하는 물만두고 해먹어 볼까 합니다. 그런데 조심을 해도 만두속이 잘 터지던데, 만두속 안 터지게 하는 특별한 비법이 따로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