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정월 대보름이다. 예전대로라면 원래는 어제 저녁에 오곡밥과 나물 세가지를해서
오늘까지 밥을 먹었을텐데. 남편이 오곡밥 하지말라해서 어제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나도 귀찮기도하고, 또 나먹을 밥이 없어서 아침에 밥을 두컵해서 밥통에 저녁먹을 밥이
남아있기도해서. 그래 올해는 그냥 건너뛰자 그래서 시장보러 안가고 말았다.
잠시후 남편이 설쇠고 첨으로다 어제부터 일을가게되어 퇴근해서 왔는데.
오곡밥 하지말래서 안했다니 잘했단다. 우린 둘다 잡곡밥을 별로 안좋아해서 매일 쌀밥만
해먹는 편이라서 1년에 한번 먹는 오곡밥 그래서 거의 해먹고 넘어가는 편이기도 했는데.
남편이와서 하는말이 시장에 야채가게 초상이 났다고 하는거다.
며칠전에 아는언니 만나서 안그래도 목욕탕서 이언니가 그집 배달하는 언니 남편이
방광암으로 얼마 살지 못할거란 소문을 들었다며 내게 전해줘서 나도 어쩐지 그언니가 요즘 가게에 잘 안보이고 작년에도 아저씨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기저귀를 사들고 병원에 간다고 하는거 본적이 있었는데..ㅠ 그때부터 많이 안좋아 그동안 병원에서 투병중이었나보다.
언니는 옆에서 간호하며 지내고. 손아래 동서가 사장이고 이언니는 종업원으로 일을 혼자 다하는거 같던데.배달일에 겨울이면 김장 절이는일에, 억척스레 가장역활을 하며 사는거 같더니만
남편이 아파서 언니가 벌어먹고 산다는소리 어렴풋이 들은거 같다.
여름에 야채배달하느라 얼굴이 까맣게타고, 생전가도 화장한번 안하고 꾸밀줄도 모르고
오직 일에만 열중하고 사는거 같아.늘 오다가다 보면서도 왜그리 내맘이 짠하던지..
그래서 예전에 내가 울집에 배달오면. 화장품 샘플 챙겨놨다가 준적도있다.
보면 그냥 짠하고 내맘이 딱해서리. 샘플양이 60미리 휴대용이라 쓰기도 편하고 아주작은 샘플이라면 내가 안주지.제법 그래도 한참쓰는 양이니까 스킨,로션 주니까 고맙다며 받아간다.
남편이 아프고 돈도 못벌어주니 그속이 오죽했겠나. 시동생네 가게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아래 동서랑 그래도 그렇게 몇십년을 붙어서 일하는거 보면, 동네 유일한 야채가게인데
저울에서 눈금한번 넘어가게 주는법이 없다고 다들 동네서 지독하다고 이집 을 흉보는 이들도 있었고 하긴 나도 그랬었다.ㅎ 동네 장사하면서 참 지독하기도 하다고. 생전가도 덤을 주는법이 없는거 같아. 나도 어느 땐 얄밉고 그럴때가 있었다.
하긴 그리 지독하게 장사하니 건물사고 그랬을테지만, 그래도 동서간에 사이가 원만하게 지내니까 그리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거겠지. 5남1녀라고 들은거 같은데 이집도 형제가.
10년전에 이언니가 나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땐 내가 단독2층에 전세를 살때인데.
울아들이 고 3 수험생이었다. 배달하는 이 언니가 울집을 알으니까. 울집에 아들 시험보기 전날 찹쌀떡을 사서 나를 찾아온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 그리고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닌데 찾아온 언니에게 나도 뜻밖이라 놀라서 반갑고 고맙고 그랬던 기억이난다.
오늘이 아저씨 발인인거 같은데. 그때 울아들 챙겨준거 고마움 성의 표시를 나도해야겠다.
비록 장례식장으론 내가 찾아가지 못했지만. 언니가 가게에 몸추스리고 일을하러 나오면
살짝 언니만 불러서. 봉투 준비했다가 내맘을 전해야겠다.
하루 아침에 남편 떠나고. 지금 얼마나 상심이크고. 맘이 허전하고 그렇겠나.
억척스레 그동안 고생많이하고 살아온 언니가 남편 보낸 상심에서 너무 힘들어하지않고.
훌훌털고. 앞으로도 식씩하게 잘살아가길 바래본다.
주변에 같은 상인들끼리 친하니까 서로 궂은일 기쁜일에 챙겨주는 이들이 있으니 이언니는 금방 떨치고 일어날거라 나는 본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또 산자들은 남아서 내몫을 다하고 살아가야 하는게 인생이니까.
괜스레 나도 맘이 먹먹해진다. 하루 아침에 늘 옆에있던 남편이 사라진다면 어찌살까싶다.
서로 싸우고 할때는 내가 어쩌다가 저런걸 만나서 이속을 썩고살고있나. 내가 눈갈이 삐었지.ㅎ 이러면서 벽을 보고 남편욕을 늘어지게 입이 아프도록 한적도 나도 예전에 많았었다.
욕이래도 순간 한바탕 퍼붜야지 나도 숨이쉬지고 살수있으니까 벽보고 나도 많이 그랬던거다.
남편이 미우면 시엄니도 덩달아 미워서. 주로 우린 싸움의 원인이 시엄니 문제가 많아서 내가 시엄니를 더 미워하고 그랬었다..ㅠ지금이야 나도 오랜 세월에 시엄니를 많이 이해하려하고
내가 생각을 바꿔먹고 마음 비우고 살으니까 이곳에서 남편욕.시엄니 흉보며 글로 속풀이하고 살었으니 내가 지금껏 이혼안하고 버티고 살수있었다해도.과언이 아니었다.
친정 엄마 문제로도 내가 엄청 속썩고 살었던 년이었고 그때도 아컴이있어 내가 살수있었다.
정말 친정 옆으로 이사와서 맘고생만 실긋하게 하고 살은 지난날을 생각하면..ㅠ
어찌 살았나 싶다. 홧병나서 수면제 신경안정제 타다먹고 살때도 있었다.
친정엄마 요양원에 보내고서 비로서 내맘과 몸이 편해져서. 홀가분하게 살고있는거다..ㅠ
친정도.시댁도 한때는 이갈리게 싫다고. 저놈의 노친네들이 왜그리 오래 살아서 나를 잡아 먹을라하냐고 억울하고 분하고 그랬던 시절이다.
재산도 한푼 물려준거 없음서 왜그리 아들 며느리
딸년 속을 썩이냐고 이건 부모가 아니라 내겐 원수라고..ㅠ 내게 암것도 해준것도 없는 노인네들땜에 내가 왜그리 고통을 받고 살아야 하는가 원망의 세월이 많았었다.
이젠 다 부질없는 세월이라, 잊어먹고 살아가고 있지만서도. 한때는 그랬던 나였다.ㅎ
지금도 꽉막힌 답답한 시엄니를 보면. 내속이 터질때도 많지만..이제 그러려니하고 한귀로 듣고 내가 피하려 하는거다.
어차피 내말 들을 사람도 아닌데.더이상 에너지 낭비해야 나만 손해란걸 알기에. 시댁일에도 한발 뒤로 빠지고. 이젠 남편이 알아서 하라고 거드는 시늉만하고 내갈 할수있는 최소한의 도리만 하고 살려하니 그래도 맘이 홀가분하다.
어차피 80넘은 노인네들 사고방식이 나랑은 안맞으니까. 어쩌겠나 내가 피하고 살아야지.
시엄니 꼴보기 싫다고. 시댁도 안가고 사는 며늘도 많은 세상에.이만하면 잘하고 사는거라 자부하며 살고있다.. 더이상 뭘더 어찌 잘하리요, 나도 아파 죽겠는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