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잠을 자지 않으려 했다.
산타할아버지가 오시는걸 보고 자야겠다는 아이들을 달래
침대에 뉘이기 까지 몇번의 실랑이를 벌이고 겨우 아이들을 재울수가 있었다.
녀석들이 얼른 자야, 선물 포장도 하고 카드도 적고 아이들이 기뻐할
모습을 그려보며 여유있는 웃음을 지을수 있을텐데... 산타할아버지를
보고 싶다며 눈커플에 힘을 주던 녀석들이 드디어
누운지 15분여 만에 잠이 들었다. 겨우 15분을 버틸거면서 그리 떼를 쓰고
안자겠다고 하다니.. 가소로운 지고..
크리스마스에 부닥쳐서야 그것도 출근길에 바쁘게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큰아이는 내내 '책'을 선물해 달래서 별 걱정을 안하고 서점가서 얼른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랐는데
아들녀석의 선물로 한동안 거리를 배회하고 다녀야 했었다.
아이에게 물었었다. '뭐 갖고 싶니?'
잠시 생각에 잠긴 아이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늘의별, 별들이 지나는 은하수를 다갖고 싶어요'
'으 응~?'아이의 생뚱한 답변에 깜짝놀란 채로 눈을 커다랗게 뜨고
다시 물어 보니 엄마의 모습이 우스운지 깔깔거리며 웃더니만
역시 그런다. '엄마가 가르쳐 주었잖아, 별이 많이 빛나는 길, 미리내..
그걸 갖고 싶다니까?' 녀석이 상당히 고단수다. 도저히 불가능할것 같은
아이의 소원을 듣고는 앞이 깜깜해 졌었다.
녀석이 원래 부터 그런건 아니었다. 작년엔 그당시에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난감을 원했었다. 그리고 그또래의 다른 아이들 처럼 컴퓨터 게임시디를 원하기도
했었다. 그런녀석이 갑자기 '별타령'이었으니 듣는 엄마가 이상할수 밖에...
녀석의 장난이 수준급이다 싶어 다시 한번 물어 보았다.
'네가 진짜 갖고 싶은게 뭐니? 장난감 같은거 말이야...'
그러자 아이가 뭔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네가 원하는 선물이 뭔지 알아야 산타 할아버지가 갖다 주실거 아니니?'
라며 선물을 말할것을 다그치자
아이는 다시 엉뚱한 대답을 흘리며 웃었다.
'엄마, 우리가족이 여행갈수 있는 선물을 주었으면 좋겠다'
녀석, 여행을 좋아하는건 엄마인데 왜 하필 여행이라는 건지..
엄마를 생각해 주는건 같아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아이의
엉뚱한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
녀석은 끝내 '크리스마스 선물'을 말하지 못하였다.
아니 이왕에 말한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별과 여행'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고 찾고자 하는 영원한
테마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아이에게 엄마의 그런 의지가
전달한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가 좋아하는 걸 자신의 선물 목록으로
얘기한 아이의 이쁜 마음이 눈물 겨웠다.
사실은 어른인 나도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산타로 부터 선물을 받고 싶었다.
말할순 없었지만, 누군가 따뜻한 가슴 한가닥만 보여주어도 감사할것 같았다.
작은 카드에 정성을 실어 내게 건네준다면 고맙게 접수할것 같았다.
이젠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주변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어른인 입장인 나도 그렇게 선물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랬는데 아이는 보이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마음의 선물을 그렇게 내게
건네 주었다. 아이의 그 마음의 선물을 기꺼이 접수하니 마음에 환한 빛이
가득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밖은 하얗게 날리는 눈대신 흐릿한 안개가
가득 감싸고 있지만 내 마음에 들어온 밝고 환한 빛은 한줄기 빛이 되어
짙은 안개를 뚫어 낼수도 있을것 같았다.
마침내 녀석의 선물을 골랐다. 이거다 싶은거,작고 깜직한 아이용 손목시계.
시계줄은 블루진이었는데 그것도 맘에 들었지만 동그란 시계속에 달과 별이 어울려
있는 그림이 더 맘에 들었다. 진짜별은 불가능했지만 동그란 시계의 유리구슬속,
별을 아이에게 선물한 셈일테니 그건 어느정도 아이의 소원에 가까운 선물이
될수 있을것 같았다.
선물을 포장했다. 달랑 책만 선물하기 뭣해서 털이 복슬거리는 이쁜스웨터랑
함께 묶어 딸아이의 선물을 포장했다.
쪼그만 손목시계만 선물하기 뭣해서 아이에게 어울릴듯한 파란색스웨터랑
함께 묶어 아들아이의 선물을 포장했다.
크리스마스 츄리옆 소파에 두아이의 선물을 나란히 놓아 두었다.
새벽녘, 부산한 소리에 잠이 깼다. 늘상 늦잠을 자기 일쑤이던 아이들이
일어났나 보았다. '어,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다녀 가셨네?' '엄마, 아빠
일어나 보세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두고 가셨어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