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학교재량 휴일이란 통신문을 받는다.
학교에서 미리 결정하고 어쩌면 학부형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결정했을 그 사항들이 일년동안의 일을 한꺼번에 예건한 거라
막상 '재량 휴일'이라는 통신문을 받게 되면 모를까 잊고 있기 쉽상이다.
더군다나 나 처럼 전학을 와서 학교 사정에 어두울 경우는
더욱 갑작스럽기 마련이다.
사실은 미리 알고 있대도 맞벌이 부부에게 학교재량휴일은
정말이지 달갑잖은 날이 되지 않을까?
혹시 엄마나 아빠가 함께 휴가라도 낼수 있는 그런 처지의 아이들이
아니고는 사실 학교재량휴일을 제대로 활용하기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나도 얼마전 학교재량휴일과 겹쳐 내리 나흘의 휴가(?)를 받은 적이 있다.
사실은 갑작스러웠고, 난감했다.
그러니까 지난 2일이 학교 개교기념일이었고, 다음날은 공휴일은 개천절.
그리고 다음날은 학교 재량휴일 그리고 이어진 일요일까지... 나흘동안
주어진 공백... 그래 공백이었다. 아이들은 작은방학이라도 맞는양
신나했고 뭐하면 좋을까를 고민했지만
날마다 일터에도 나가야 하고 집에있는 아이들도 신경을 써줘야 했기에
나에게 나흘동안의 휴가는 아이들과 정반대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바쁜 와중에도 오전에는 시간을 비울수 있으니 그 시간동안 만이라도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야지 야무지게 마음을 먹었다.
야무지게.. 그렇게라도 마음을 먹어야 아이들과 오전동안의 짧은
여행을 즐길수 있을테니...그래야 오후에 출근을 할수 있을 것이었다.
뭐하면 좋을지는 우선 접고 적어도 아이들이 올 가을 제대로 된 추억하나즘
기억할수 있을 그런 좋은 시간을 갖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신문을 보니 여기저기 오란데는 많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니,너무 이른 시각에 서울에서 만나야 하는 조건들,
괜찮은 조건이다 보면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서 선뜻 마음 먹기 힘든 조건들,
그리고 아이들과 잠시 다녀오기엔 지나치게 먼곳인 조건들이
'야무지게 '마음먹은 내 마음을 조금씩 흔들리게 했다.
그래도... 하면서 생각을 모아, 언제부턴가 가보고 싶었던 수목원을
나선게 토요일이었다. 그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아침부터 서두르고
수목원 가는 셔틀버스를 예약하고 가는 버스 번호를 확인하는 과정, 그리고
때는 가을행락철이고 징검다리 연휴였던 이유로 꽉 막힌 도로 사정까지...
오후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정말 마음먹은 대로 하기 참 힘들구나 싶게
복병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집안에만 가둬둘순(?) 없었으니 용감해 지기로 하니
뭐 나름대로 그 복잡한 여행준비도 받아들일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가을꽃들 실컷 감상하고 막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는 나무잎에
내린 갈빛도 감상을 잘하고 올수가 있었다.
다행히 주변에 가볼만한 곳이 꽤 있다. 그리고 사실은 단풍구경을 꼭
유명한 산을 찾아가 볼 필요가 있을가 싶기도 하다.
보라, 만산에 홍엽이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산야에 가득 피어난
가을꽃들을 만날수 있을 것이니...
아이들의 학교재량휴일동안
아이들은 첨으로 엄마손잡고 장나들이를 했다. 서울서는 결코할수 없었던
장구경은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할만했었다. 이거 사고, 저거 사고... 신이 났었다.
자전거 여행을 했었다. 우리가 찾아낸 우리동네 최고의 자전거 여행코스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으며 며 마주하며 불어오던 가을바람속으로
환호성 내질렀다. 사실 아이들은 자전거 여행을 제일 신나했었다.
그러니까 이번 나흘동안의 휴가동안 아이들의 기억 속엔 저전거를 타고 산길을 달려
동네를 한바퀴 돌아왔던 '자전거여행'이 추억의 앨범에 고이 간직될 것이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었던건,
그나마 오전에 시간이 있기에 가능했었고, 그나마도 아빠는 바빠서 동참할수가
없었으니 반쪽 짜리 가족여행일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온종일 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는 어쩔것인가
싶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불만이 쌓이고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좋은시간 못 보낸 죄책감으로 며칠을 마음이 불편할듯 싶었다.
그러니 '학교재량휴일'이 마냥 좋은것만은 아닌 것이다.
좋은 취지의 학교재량휴일을 정말 마음놓고 즐길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만족하고 어른들도 만족할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