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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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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비야 그쳐라!


BY 빨강머리앤 2003-09-03

아침을 먹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하던 남편이 비가 부슬거리는

창밖을 바라보더니 그랬다.

'꼭, 영국날씨같다'....

생각해 보니 남편의 그 표현대로 요즈음 계속해서 지리하게

비가 내리는 날씨가 정말 런던의 하루같단 생각이 들었다.

비가 자주 내린다는 영국의 런던.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은 뽀얀 안개비가 서려있는

날이 일년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는 그 도시의 날씨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아닌게 아니라 비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잦다.

지금은 우기의 계절이면 아니되는 것인데 말이다.

늦은여름, 수확기를 맞이한 곡식들이 한참 여물어 가야 하는 때인것을.

과수농가도 벼농사를 짓는 농부들도 날마다 느느니 한숨이라 한다는데

이놈의 비는 언제나 그칠련지 뉘라서 그걸 알수 있을까?

 

왜 이리도 늦여름, 가을로 가는 초입에 비가 이리도 지리하게 내리는지

기상청은 제대로 분석하고 예상을 해서 과수농가와 농부들의 마음자리를

좀 편하게 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과학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머잖아 화성으로 휴가를 떠날수도 있을거라고

호들갑을 떠는 세상을 살고있는 우리가 그걸 하나 밝히지 못하고 있음은

무슨 아이러니일까?

 

직접적으로 비가 오는 것과 상관이 없을듯 한 나도 생각해 보면 모든

세상살아가는 이치는 마치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얼키고 설킨 관계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덜익은 채로 힘없이 떨어져 내리는 풋복숭아를 보며 한숨짓고 있는 과수농가를

벼 이삭이 패다 말고 썩은채로 고갤 수그리는 논을 보며 한숨지을 농부들을 그냥

외면할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내 안에 있는 측은지심을 모으고 모아서 하늘에 비나리라도 해야하는 것이다.

 

쌀은 공장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기에,

복숭아며 사과며 과일들 또한 기계가 만들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저 내리는 비를 어쩌지 못해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는 농부의 마음을

나도 닮아 있는 것이다.

 

가깝게는 , 가을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지리하게 내리는 이비가 밉게만 생각된다.

천고마비의 계절 아니던가. 높아진 하늘이 가을바람을 부채일듯 살랑거려주던

그 느낌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비로소 알것 같다.

계절의 변화를 무색케 할 만큼 지리하게 가을비가 내리는 요즈음의 날씨를

지켜보면서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계절을 가진 나라인지를

알것 같은 것이다.

 

 사계절 내내 비가 내리는 날이 비가 오지 않는 날보다 더 많다는 런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날씨와 사람의 정신상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데

일년열두달을 거의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그들은 아마도

우리보다 우울증 환자가 더 많지 않을까 싶어진다.

 

 우리가 흔히 신사라 함은, 영국인 신사를 떠올린다.

말쑥한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한손에 우산을 든 남자로 표현되는 신사는

책속에서 영화속에서 마치 그림처럼 단정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요즈음 처럼 비가 자주 내리고 안개가 끼는 날은 저 흐릿한 거리속에서

정장 차림에 중절모를 쓰고 한손에 우산을 든'영국신사'가

걸어 올것만 같은 착각이 인다.

 

비야, 비야 그쳐라!!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오늘도 날이 흐려있다.

풍성한 추석은 물건너간 얘기일까?

문득, 올 추석 젯상에  원산지를 알수 없는

이국의 농산물들이 판을 치는건 아닌가, 문득 두려운 생각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