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다닐때 오빠가 결혼기념으로 구입한 일제 소니라디오가 있었다.엄밀히 말하자면 내것은 아니였지만 밤이면 밤마다 내품에 안겨 자는 그 라디오는 내것이나 다름 없었고 70년대초에 삼만원인 거금을 주고 구입한 라디오는 FM방송이 빵빵하게 나와 재산목록에 들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한 귀중한 라디오였다. 그땐 문화방송의 별이 빛나는 밤에나 동아방송의영시의 다이알 그리고 동양방송의 한밤의 음악편지등 팝위주의 심야방송을 듣는게 청소년들의 유일한 낙이였다. 음악도 음악이려니와 그날 그날 출연하는 게스트의 개그스러운 입담이 재밌어서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듣곤 했다. 그러다가는 미쳐 다 듣지도 못하고 라디오를 켜놓고자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엔 여지없이 할아버지뻘 되는 아버지에게 지청구를 들어야만 했다. 어느날은 불끄고 이불속에서 음악삼매경에 빠져 듣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또 라디오를 커놓고 잔다고 하시면서 툴툴 거리시면서 야멸차게 라디오를 끄셨다 창졸간에 머쓱해진 나는 "저 안자고 듣고 있어요..."할 수도 없고(아버지 미안해 하실까바서) 분루를 훔치며 자야 했는데 게스트의 재담을 다 듣지 못해 쓰린속을 쓰다듬으로 꿈길로 찾아 나섰다. 아침엔 고막이 터질듯이 발악하는 자명종시계로 하루를 열었는데 그시절의 자명종시계는 한결같은 모양의 사발시계였으며 그것도 없는집이 태반이 였다. 불협화음의 자명종소리가 연속으로 들으면 죽음이 였고 넘 많이 들으면 귀가 얼얼 했었다. 다들 가난했지만 인정이 있어 그리운 시절인 70년대가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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