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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544
장구메 이야기...
BY 리 본
2004-04-07
장구처럼 생긴 산이라 장구메란 이름이 되었을까요?
듣기만 해도 정감가는 동네이름인 장구메...
작년에 문산행 기차를 타고 지나다 보니
동네는 없어 지고 폐가만 몇몇채 남았더군요...
그림으로 보이는 왼쪽켠에 김 인이란 외자 이름의 소년의 집이 있었습니다.
장구메 들어서는 초입에 빨간기와집 한채가 덩그러니 있었는데.
주변경관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썰렁한 느낌을 주는 집이라...
흉가입네하는 숙덕거림도 있었습니다.
김 인이네 집을 돌아서면 정씨들이 많이 사는 장구메란 동네가 있었습니다.
동네라야 고작해야 이삼십호나 되었을까요?
장구메 아이들은 저학년때 보면 대략 여자들은 보자기를 둘둘 말아 허리에 메고
남자들은 어깨에 어슷하게 메고 학교를 다녔는데...
빨간기와집 나홀로 주택에 사는 김 인이는 좀 달랐습니다.
옷차림도 항상 깔끔하고 공부도 잘했고 게다가 조용하기까지해서
타의 모범이였던 김 인은 초등학교 사오학년때 서울로 이사를 갔답니다.
추측컨데...
지금은 교편을 잡고 있거나 공무원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봄이면 동무들과 떼를 지어 장구메 동산에서
진달래를 배부르고 따먹고 퍼렇게 질린 입술을 마주보고 괴기스럽게 웃던 일..
소담스런 진달래꽃을 품지도 못할만큼 한아름 꺾어 절룩거리며 집으로 돌아 오던
화려한 봄날의 추억...
초여름엔 학교에서 단체로 송충이 잡는다고 깡통 하나씩 들고
엉금엉금 기어 올랐던 장구메 동산...
이끼 낀 큰바위밑에 융단처럼 지천으로 깔린 돌나물...
복숭아꽃 살구꽃 피던 그림 같은 남녘의 내고향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유년의 추억들이 모자이크처럼 남아 있는 고향의 산모루를 지나니다보니
봄이면 진달래 흐드러지게 펴 연분홍으로 물들던 장구메 동산이 눈에 밟혀 ...
버스안에서 차창으로 스치는 장구메 가는 길을 담아 봤습니다...
꼬랑지:장구메 뒷동네에 "번데미"라는 동네도 있었답니다.
어릴땐 그이름이 어찌나 우습던지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는데...
아무렇게나 지은 것 같고 촌스럽게만 느껴지던 동네이름도
그 이름에 걸맞는 의미가 있단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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