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기전
말이 많다.
아이 키우다 보니 십여년을 잊고 살았다고 못오른들 망가진 몸을 탓하면서,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이유들을 나열하며 그것들을 탓하면서, 반은 의심으로 산을 본다.
오르면서 말을 잊는다.
컥컥 차오르는 숨통은 막힐둣 하고 팔닥팔닥 심장은 살 밖으로 터질듯, 곧은 콘크리트 길에 익숙해져버린 내 다리근육들이 반란을 일으키며 꼬여버린 스텝에 어지러워 갈길을 잃어버릴쯤
산은 천천히 숨겨두었던 속을 드러낸다. 성급히도 아닌 조금씩 조금씩...
궁금해 조여드는 근육을 달래가며 오르고 또 오르면...
그 곳에 정상이 있다.
내가 두고온 산 아래 짐들도 아무것도 보이지않던 굽이굽이 산중턱 한숨도 나무에 가린체 숨어있던 하늘에 날리는 구름도 모두 그 곳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