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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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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 비슬산을 오르며..


BY 미영 2005-09-27

오르기전

말이 많다.

 

아이 키우다 보니

십여년을 잊고 살았다고

못오른들 망가진 몸을

탓하면서,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이유들을

나열하며 그것들을

탓하면서,

반은 의심으로 산을 본다.

 

오르면서

말을 잊는다.

 

컥컥 차오르는 숨통은 막힐둣 하고

팔닥팔닥 심장은 살 밖으로 터질듯,

곧은 콘크리트 길에 익숙해져버린

내 다리근육들이 반란을 일으키며

꼬여버린 스텝에 어지러워

갈길을 잃어버릴쯤

 

산은 천천히

숨겨두었던 속을 드러낸다.

성급히도 아닌

조금씩 조금씩...

 

궁금해

조여드는 근육을 달래가며

오르고 또 오르면...

 

그 곳에

정상이 있다.

 

내가 두고온 산 아래 짐들도

아무것도 보이지않던

굽이굽이 산중턱 한숨도

나무에 가린체 숨어있던

하늘에 날리는 구름도

모두 그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