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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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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했어..


BY 실버들 2003-09-24

 

미워 죽겠는 마음이었던건 사실이다.
전혀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고
제발 내 곁에서 사라져줬음 좋겠다는 생각
감히 해버린 적도 여러번이다.^^ 

그런데..
그건 정말 맘에서의 소리였을 뿐이지
겉으로 들어내놓고 덤벼본적은 단 한번도 없고
그야말로 하늘처럼 떠 받들며 미련스럽게만 살아왔는데..

뜻하지도 않게 고소한(?) 사건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써방님의 가슴에..아니..입안에..
급기야 못을 박고야 말았다는거다..ㅋㅋ

요즘은 우리 아낙들.. 참으로 편해진 세상이다.
밥만해도 그렇다..
옛날처럼 쌀에서 돌을 골라내야만하는 불편함이 없어
나처럼 얼렁뚱땅인 아짐들도 맘놓고 밥을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 아~아야!! 도대체 이게 뭐야!"

밥을 맛나게 먹던 남편이 양손으로 입을 쥐어싸며 내는 신음소리..
" 이..이게 대체 뭐야...이게...이게...아이고야...이거..나사못 맞지?.."

어쩌면...정말 작았으면 말도 안하지..
쌀을 씻을때든..밥을 뜰때든..
분명히 보이고도 남을 중간크기의 나사못이었다.
그 나사못을 우물거리다 꾹 씹고야 말았던거다.

나는 숨죽이고 가만 있었다..
가당키나 한 말인가..밥에 나사못이 들어간다는게..
여짓껏 어쩌다가 머리카락 한 올정도 발견된 적이 있을까
돌 한번 끄집어낸 적 없는데....나사못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그만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근데 희한한건 우거지상으로 있던 남편이
나사못을 식탁위에 골라내두고는 더 이상의 아무런 반응도 없이
계속해서 밥알을 씹고있었다는 사실..

사실은..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일로 꼬박 하루 신경전을 벌인 담날이었다는거다.
그래서 나는 쌤통이라는 생각이 측은하다는 생각보다 더 앞설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니까 그 전날밤...
나는.. 이 인간아!  지옥에나 떨어져라~라는 심보였었다..^^
남자가 시시콜콜 별걸 다 간섭한다며
며칠을 묵비권으로 응할 태세도 완벽히 갖추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뜬 담날 아침 역시도 기분은 여전히 우중충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지만..평소처럼 살통에서 2인분의 쌀을 누루고
잡곡 한줌과 검은약쌀 한줌 섞어 대충 씻고는
정상적으로 압력솥에 넣고 그리고는 가열한거 뿐인데..

어찌하여..??
허긴..가끔가다 속이 뒤집어질 땐 나사못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라도
콕콕 찌르고 싶은 맘 있었던거 사실이다...정말 미워죽겠을 때는..
그치만 밥 속에 나사못은...심해도 너무 심하다..ㅋㅋ

정말이지 살다보면 생각치도 않은 희한한 일들이 생겨나서
당황스러울 때가  참으로 많다.

그냥 그렇게 우연히 생겨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하지 않은 남편은 골돌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한참을 고심하더니만 ..."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잘할께..!!"

죄값이라 생각한 남편 못지않게 나 역시도 뜨끔했다.
내 맘이 나사못되어 남편을 찌를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 아냐!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우린 마주보며 웃다가..
식탁위에 능청스럽게 올려져 있는 나사못을 멀리로 휙 던져버렸다.
요즘들어 툭하면 생겨나는 미움의 씨까지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