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앓았다하면 기어이 끝을 보고야마는 큰 놈 현수가
고열에 시달리느라 학교도 못가고 나흘째 비실거린다.
어떤 일이든 경험이 풍부하면 그 만큼 대범해지기 마련이다.
간이 콩알만해서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가슴이 덜커덕 덜커덕 내려앉는데
아이가 열이 40도를 오르락 내리락해도 이리 태연할 수 있는건
오랜 병원생활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있어서이다.
한번 침투한 바이러스는 시효가 있어서
그 잠복기 동안은 별 난리부루스를 춰봐도 꿈쩍 않는다는 거..
어떠한 무엇이든 아무리 왕성하게 꿈틀대는거 같애도
그 소멸시기는 반드시 오기 마련이라는거..
그래서 나는 그냥 핑계낌에 살 도 좀 빼고
며칠만 고생하자며 심드렁하게 있는데
울 친정오마니는 여름아이 고생시키면 큰일 난다며
난리가 아니시다.
외손주 괴어봐야 말짱이라는 말이 있는데
울 모친은 지나칠정도로 아이를 아끼신다.
오죽했으면 울 현수도 지 엄마 놔두고 할머니 얼굴 한번 보면
싹 나을것 같다고 할까..
이제 그래도 막바지에 온듯한데 어머니께서는
새벽부터 또 전활하셨다.
" 현수 좀 어떠니? 오늘은 꼭 영양주사 놔야한다..내가 지금 곧 출발하마!"
" 엄마!!!!!!! 아휴~그만하세요..이제..괜찮아요..내가 알아서 할께요!!!!"
곧 후회할 것을 나는 또 짜증을 내고야 말았다..
안 그러기로 했었으면서..
어머니는 내게 퍼주시던 사랑을 이제 현수에게로 향한다.
물론 당신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를 향한 사랑이긴 하지만..
" 엄마! 기다리세요...제가 지금 모시러 갈께요.."
퉁명스럽게 대해버린 딸이 야속해서 속 끓이고 계실까 해서는
얼른 다시 전화를 넣었더니..
" 그래..고맙다...얼른 와라...현수가 할머니 기다릴꺼다.."
에휴~ 도대체 내리사랑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어머니의 고맙다는 표현에..콧등이 시큰해지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