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기에 유난히 무거운 몸을 일으켜 보았습니다. 한참을 더 뒹굴고 싶었지만 베란다 창틈 사이로 들어오는 제법 선선한 바람에 결국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눈으로 힘겹게 이곳저곳을 쳐다보았습니다. 내가 나설 때 그 모습 그대로 식탁위에 마시다 말은 물 컵이며 그냥 그대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벗어둔 옷이며 바닥이 바짝 말라서 물기가 전혀 없는 욕실을 보면서 왠지 기분이 묘했습니다. 옷을 걸치고 창쪽에 덥석 하니 앉아 내려다보았습니다. 단풍이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바깥공기에서 풍기는 모습이 내가 자리를 비울 그때와는 전혀 다른 바깥 풍경이 영락없는 가을입니다 대강 짐을 풀고 이것저것 정리하여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몸 따로 마음 따로 움직이는 모습이 조금은 긴장이 풀린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렇게 보기 싫지 않습니다. 다시 머리를 눕히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빼곡히 적어 둔 메모며 많은 사진들을 보면 분명 많은 걸 가지고 돌아간다고 기내에서는 생각을 했건만 막상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마음에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추수가 끝이 난 들녘.................................. 봄에.................... 모내기를 막 시작한 들녘을 거닐 때 언제 다 자라지? 라며 웃으면서 입을 열었고 햇살이 따가운 날에................. 그 곳을 다시 찾았을 때 농수로 콘크리트 담장에 걸터앉아 지금처럼 가을이 빨리 찾아왔음 추수가 모두 끝이 난 뒤의 텅 빈 모습이 보고 싶다며 이곳은 그런 모습이 보기 좋을 것 같다고 입술을 열었는데 참 편안한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든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든 사람이었는데 환하게 웃든 지난날의 표정보다 멍하니 바라보든 그 모습이 더 기억에 생생한 건 무슨 이유일까요? 만약 이 가을에도 함께 한다면 그 들녘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런지 무슨 말로 입술을 열지 궁금합니다. 秋夕................................ 며칠 후면 秋夕입니다........................... 추석이 끝이 나고 비로소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 서로 안부 묻기도 전에 미리 준비한 송편을 가방에서 꺼내어 놓든 모습이 생각납니다. 우리 그 곳에 가서 먹자라고 합의보고 출발 하지만 달려서 우리만의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벌써 그 송편은 살아져 버리고 없습니다.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면서 예쁘게 만들려고 무지 고생했지~~~~롱 그렇게 웃든 사람인데 봄이면 날 위해 직접 캐서 쑥 개떡을 만들어 검은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손에서 돌리며 날 기다리든 사람인데 그 송편도 먹고 싶고 싶지만 이번 추석에는 반대로 내가 곱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봄에는 내가 개떡을 해서 주어야 갰습니다. 모두들 만나 웃으며 그렇게 보낼 시간이지만 그 사람은 혼자 그렇게 묵묵히 있을 것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48시간의 자유를 함께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미리 찾아가 외롭지 않게 많은 이야기도 해주어고 그렇게 있다 와야 갰습니다. 소매치기가 넘 많아서 힘들었든 이야기며 웃지 못 할 에피소드며 정말 아름다웠든 풍경 이야기며 아주 많이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내 마음속에 모든 잔나무가지를 꺾어버리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비울 수 있는 마음이면 비워버리고 잠재울 수 있는 마음이면 그냥 내 마음속에서 잔잔하게 잠제우고 만약 그런 그릇이 아니면 그렇게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렵니다. 이번 추석에는 소원을 꼭 빌어 볼 생각입니다 보름달님에게 말입니다.................... 내 마음 전해 달라고 이야기 하여야 갰습니다. 이 가을에는 꼭 보고픈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