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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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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지 2 역한 냄새


BY 바다 2003-07-31

2 역한 냄새

 

하루 종일 훌쩍 거리던  노인은 해가 저물 때 쯤에서야
눈물을 그쳤다.
"이 보오 . 내 답답한 속 내를 들어 보오
그래야만 이 꽉 막힌 숨통이 열릴 것같소"
굳게 다문 노인의 빗장은 그렇게 열렸다.


박 노인은 정신이 자주 몽롱해지곤 한다.  들녘에서
나는 내음때문 이었다. 농약내.
이 어스름 저녁 누가  농약을 치는 걸까?


길을 가다가 그 냄샐 맡을라 치면 정신이
아늑해 지며 기억은 자동으로 작년 여름, 악몽의
공간으로 가 있다.


"살려 줘요. 살고 싶소 엄니"
그것이 딸의  마지막 말이 었다


"저렇게 정신이 멀쩡한디 어찌 죽는다요?" 라는
물음에
"농약이라고 다 죽는 건 아니오만 제초제를 마셔
놔서 위세척을 해도 위와 장이 쩍 붙어....
의사의 말따라 일주일 만에 갔다.


'죽을 작정을 한거여.  그 많은 농약 중에 허필 제초제여.
일주일 살다 갈것 그렇게 고상하고 갈라 치면
얼릉 죽어 버리등가'

 

간절히 간절히 살려 달라 애원했건 만
기어히 생명줄을 앗아 간 그 역한 농약 냄샌 그 후로도
오랫동안 후각안에 갇혀 맑은 정신을 뭉개 곤 하였다.

 

그 해 겨울 불 붙은 가슴을 견뎌 내느라 겨울산을
올랐을 때도 흰 눈위로 스멀스멀 농약 냄새가 기어
올라 왔다.

 

딸이  그렇게 떠난지 돌이 돌아 오고 있었다.

 

딸아!

가슴이 무거워 손수건 한 장도 얹을 수 없다.
심장에서 부글 열이 나는 홧병이란다.
사람들은 흐르는 세월에 흘려 보내라 한다.
어찌 그것이 가능 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