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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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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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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직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


BY 이쁜꽃향 2003-08-18

 

나는 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면허증이야 갖고는 싶었지만 필요성을 못 느껴
적극적으로 서두르질 않았다.
그런 내게 한마디 말도 없이 남편은
운전학원에 등록을 해 버렸다.
결국 나는 남편의 반강요에 의해 운전을 하게 되었다.

면허를 취득한 후
그는 교묘하게 운전하기 싫어하는 걸
잘도 이용했다.
바가지 긁을 양으로 벼르고 있을 즈음이면
어찌 그리도 여우같이 눈치를 채는지
'운전 연수하자'며 불러 내는 그이때문에
운전 배우는 내내 스트레스만 더 쌓였다.
바가지도 못 긁고
하기 싫은 운전 하느라...

늘 바쁘게 사는지라
둘 다 차를 가져야 될 형편.
그저 운전만 할 줄 알 뿐
차에 관한한 다른 아무것도 못하는 나 때문에
남편은 세차 해다 주랴
기름 채워 주랴 늘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안되겠다 싶었는지
드라이브 나가는 길에 내게 운전대를 맡겼다.
'이젠 당신이 기름도 넣고 다녀 봐'
주유소에 도착, 그는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가고
난 처음으로 주유를 해야는데
어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지라
밖에 서 있는 남편을 쳐다 봤다.

눈치를 챈 그가
'핸들 아래쪽 왼쪽 발 근처에 있어.'
대충 더듬다 보니 뭔가 손에 잡혔다.
의기양양하게 잡아당겼다.
뭐 별거 아니구만...
그리고 한껏 어깨를 젖혀 고개를 들고보니
남편의 표정이 어째 수상쩍다.
차 앞으로 다가 온 남편,
'뭐하는 거야...'라며
본네트를 닫는 게 아닌가.
아니 그것이 워째 열렸다지...?
중얼거리며 또 왼쪽을 더듬거려
손에 잡히는 걸 잡아 당겼다.
웃음을 참느라 고개 돌리는 주유소 종업원,
인상이 좀 험악해 진 남편.

이번엔 트렁크가 열렸던가 보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기분 나쁘게 말했다.
'도대체 8년 동안이나 차 타고 다니면서
기름 넣는 것도 신경을 안 쓰고 뭐 했어?
뭐에다 신경 쓰고 사는거야? 그러니까 살만 찌지.'

그러잖아도 민망스러워 입 다물려 했는데
가장 듣기 싫은 말로 내 신경을 건드렸다.
(사실 난 별로 살 찐 편이 절대 아니다.
164센치의 키에 35,26,36.5의 체격이니
아줌마로서 마치 알맞은 몸매 아닌감.체중은 비밀...)

'뭐? 그러는 자긴 대체 뭐에다 신경 쓰고 살길래
삐쩍 마른 대추씨야?'
그 날 내내 퉁퉁 부은 얼굴로 다녔음은 물론이다.

워낙 깔끔하게 차를 쓰는 남편이라
내 차와는 늘 비교가 된다.
그의 차는 마치 호텔 복도를 연상케 하는데
내 차 속은 늘 난장판.
어쩌다 남편 차를 타는 날은 아들녀석도 신경을 쓴다.
'너희들이 세차 한 번 해 주냐?
모래 털고 타라.'
'차 속 어지럽히지 마라'라는 잔소리를 꼭 듣기 땜에.

그런데 내 차를 탈 때엔
쬐끄만 녀석이 꼭 쓰레기통을 만드니
부아가 더 치민다.

기분 좋게 새 차로 가져 오던 날.
점심때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내 사무실에서 차 한 잔 하자며 돌아 오는 길.
교문을 들어오려는데
언제 왔는지 일행 차가 운동장에 서 있다.
넘 신기하여
'어디로 해서 온 거야?' 소리 치며 핸들을 꺾었는데
세상에...
갑자기 들리는 둔탁한 소음.
투툭! 투드드드드ㅡ득
십년 넘게 드나들던 교문 담 모서리에
조수석쪽이 난리가 난 모양.
급히 들어오려고 서두르다 미처 멈추질 못하고
계속 엑셀레이터를 밟고 말았다.

깜짝 놀라 직원들이 뛰어 나오고
'이걸 어째...'외마디 소리들.
내려서 보니 오른쪽 문짝 두개 가 모두 어긋나고
깨지고 투톤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눈 앞이 캄캄했다.
남편이 잘 아는 정비소는 갈 수가 없어
직원에게 빨리 알아 보라고 했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퇴근 전에 감쪽 같이 원상복구를 해 줄 수 있는 곳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퇴근전까지 꼭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 줘야 한다는 조건으로
부랴부랴 차를 맡겼다.
'남편이 차에 대해 도사이니
절대 표 안 나게 해 줘요.'
투톤 부분은 새 것으로 교체하고 열처리에 들어갔다.

퇴근 무렵이면 늘 전화를 하는 남편인지라
마음이 더 급했다.
내 맘을 알리 없는 정비소 직원들은
내가 하도 닥달을 해서인지
여럿이서 한꺼번에 내 차를 붙들고 일을 하면서도
별 이상한 여자 다 있단 표정이다.

다행히 남편이 회식이 있어 좀 늦을 거 같다고 전화가 왔다.
'으응~. 천천히 조심해서 와~'
침착한 척 하느라 콧소리를 섞어 응답했다.
휴우~ 다행이야. 시간을 벌었으니...

음료수와 함께 웃돈을 얹어 뇌물을 주고
무사히 차를 찾아 오는데
그 시간이 어찌 그다지도 길던지...
돈이 좀 많이 들었는데에도
그 당시엔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좌우상하 삥 둘러 보고
직원들에게 표시 나나 안 나나 살펴보라고 했다.
'우린 잘 모르겠는데
워낙 꼼꼼하신 분이라 어쩌실지 모르겠네요...'
불안한 여운을 남긴다.

며칠 후, 휴일 날.
세차를 하자는 남편을 만류했지만
더러운 꼴을 못 보는 지라
괜히 더 말리다간 꼬리가 잡힐지 몰라
마지못해 세차를 했다.
차를 세워 두고
심사(?)를 하던 남편.
갑자기 오른쪽 조수석 옆에서 발을 멈춘다.
뜨끔했다.
가슴은 갑자기 콩당콩당...

'여기 이음새 부분이 왜 뜨는 거 같네?'
소스라치게 놀랬다.
그 때 정비소에서 무슨 나산가가 부러졌는데
맞는 게 뭐 없대던가 뭐라 했었는데...
'설마 새 차인데 무슨 이상 있을라구...
자기가 너무 민감해서 그래.
우리 바람 쐬러나 가자 으응~.'

잽싸게 그의 팔을 나꿔채서 끌고 왼쪽으로 왔다.
자꾸만 그 쪽에 미련을 두는 그의 고개를 돌려
'나 회 먹고 싶어. 회 좀 사 주라 으응~'

물론 그 순간을 무사히 넘겼다.

그는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차 팔 적에야 뭐 들통 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별 일이야 있을라구...
그런데 왜 그 수리비가 이제야 이다지도 아깝단 생각이 드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