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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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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적.


BY 연경 2005-06-23

               딸아이랑 은행에 다녀 올려고 나섰다.

날씨가 춥다는 말을 일기예보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옷을 입고 바깥에 나서니

실감이 났다.

바닥은 꽁꽁 얼어 붙었고 바람은 날아갈듯 햇다.

잠바에 붙은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나오지 않아 손이 시렵다며 투덜거리는 딸아이

우리는 뛰다시피 빠른걸음으로 은행을 다녀왔다.

 

 

나 어렸을적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웠던것 같다.

지금처럼 입식으로 되어있지 않고 마루며 부엌이며 바람에 무 방비 상태라 방문만 나서면 발부터 시려왔다.

양말을 신어도 시려운 발을 참을수 없어 덧신을 신고 어떨땐 아예 솜으로 누빈 버선을 신기도 했다.

방에는 아랫목과 윗목이 있어 아랫목은 따끈 따끈 하지만 윗목은 차가워 추운 겨울이면 아랫목에다 발을 넣고 담요를 덮으며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아침밥을 해먹고 나서 점심이 지나면 방이 서늘해져 군불을 때기도 한다.

저녁밥을 해 먹는곳은 불을 때지만 빈방엔 물을 끓이며 군불을 때기도 했다.

긴 겨울밤 변변한 군것질 거리도 없던 우리는 집집마다 얼을까봐 윗목에 가득 저장해둔 고구마를 꺼내어 생으로 깍아 먹기도 하고 과수원이 많았던 동네라 팔다 남은 상처난사과들을 깍아 먹고 나면 빈껍질이 마루에 수북이 쌓인다.

눈도 유난히 많이 왓었던것 같다.

아침이면 밤새 소리없이 온눈들이 하얗게 쌓여 동네를 바라보면 한폭의 그림이 되어 있었던것 같다.

우리는 그 눈위에서 하루 종일 눈싸움을 하거나 얼음이 꽁꽁 얼은 논에가서 썰매를 타기도 했다.

변변한 잠바도 없이 껴입고 다녔기에  지금 보다는 배로 추웠었던것 같다.

늘 귀와 코가 빨갛게 얼어있고 손은 터져 저녁이면 따뜻한 물에 불려 닦고 로션을 발라도 터진 손은 따가웠던것 같다.

그러다가 설이 돌아오면 엄마 손잡고 장에 따라간다.

일년중에서 옷이며 신발이며 새것을 신을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새옷을 사다가 장농안에 넣어놓고 설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설전에 말려 썰어놓은 떡을 몰래 몰래 훔쳐다 먹고 눈썹이 쉰다는 말에 잠을 자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눈을 떠보면

설날아침이 되어있었다.

 

오늘 가장 춥다고 하지만 바깥에 나가지 않으면 추위를 느낄수 없는 요즘

옛날 나 어렸을적 추웠던 겨울이 생각난다.

하지만 마음은 춥지 않앗던 내 유년의 따뜻한 겨울이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