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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불의 추억.


BY 연경 2005-06-23


어제 아들 학교에서 축제가 열렸다.

장기 자랑에 출연 한다고 하고 이틀씩이나 열리는 큰행사 이기에 가족들과 함께 갔다.

학생들의 꾸밈없는 노래와 연기 코미디. 행사를 마치고 배가 고파진 우리는 밥을 먹기로 했다.무엇을 먹을까 하니까 모두 삼겹살이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모두 토종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문득 내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있었으니 바로 연탄 삼겹살 집이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연탄불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맛있을것 같아 그 집으로 들어갔다.

활활 피워진 연탄불에 불판을 올려 고기를 굽고 .연탄에 대한 추억이 가물거린다.

 

우리 어렸을적에 시골에서 산 사람들이면 누구나 군불을 지펴본 경험이 있을것이다.

가마솥에다 밥을 안치고 땔감으로는 나뭇가지나 나뭇잎 그리고 짚이 있다.

가을 걷이를 한후에는 마당 한가운데 둥그렇고 높게 짚단을 쌓아 놓았고 또 초겨울이

되면 뒷산에 올라가 소나무 밑에서 낙엽을 끌어오곤한다.

그리고 겨울내 쓸 장작도 패서 뒤뜰에 쟁여 놓고 겨울을 날 각종 땔감을 준비하는게

집집 마다의 풍경이었다.

그러다가 풍구라는 기계가 나오자 방아간에서 쌀을 찧고 나오는 안겨를 가져다

한쪽에는 풍구를 돌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안겨를 아궁이에 넣으며 저녁밥을 짓거나

군불을 때기도 했다.

그럴때 고구마를 한두개 집어 넣어 밤 간식으로 준비해 놓았다.

저녁밥을 짓기위해 불을 때고 있다보면 큰 무쇠솥에서 김이 흐르고 윤기가 흐르는 밥을 먹고 나면 밑에 있는 누룽지의 숭늉 맛이란 요즘 많이 흉내내고 있는 음식점에서 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맛이다.

그런데 참 군불 때는것이 지금은 멋스럽게 이야기 할지 몰라도 그때 당시로는 참 귀찮고

하기 싫은 일중의 하나였다.

늘 일손이 바쁜 엄마는 우리에게 불때는 일을 시키셨는데 노상 하기싫어 언니랑 동생이랑 미루며 싸우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나온게 연탄이었다.

일단은 부엌이 지저분 하지 않았고 하루에 서너번씩 연탄 집게로 불을 갈아 주면 되었기 때문에 참 편리했다.

연탄 아궁이로 개조 하는 집이 하나둘씩 바뀌었고 짚은 이제소 여물과 거름용으로만 사용이 되었다.

연탄불때문에 부엌도 깨끗해지고 지겨운 군불에서 해결도 되고 연탄은  여자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했다.그러나 연탄에서 나오는 가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고가 나기도 했다.

가마솥에서 양은 냄비로 그릇이 바뀌어졌다.

얇은 양은 냄비에 밥을 앉히면 금방 끓어 오르고 연탄 집게로 길게 뜸을 들인다.

석쇠에다가 생선을 굽는일도 좋았고 국자에다 설탕을 넣어 달고나도 잘 만들어 먹었다.

또 라면이 인기있는 시대라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으면 그 맛도 일품이었다.

그래도 제일 좋았던건 뜨끈 뜨끈한 아랬목 이었던것 같다.

지금은 편리해져 가스 보일러로 바뀌어 집안이 춥지는 않지만 아랫목의 따끈함은 찾아 보기 힘들다.

그래서 주부들을 위한 옥매트나 돌 침대가 비싼 가격으로 팔려 나가는데 그 옛날 연탄아궁이에서는 하루종일 불이 피워져 있었기에 아랫목은 늘 따끈따끈 했다.

그래서 일에 지친 엄마들이 뜨거운 아랫목에서 허리를 지지고 몸을 풀고 나면 그 다음날

또 몸이 피로가 풀린듯 했다.

지금은 찜질방에서 몸르 풀러 가지만.

 

어쨋든 연탄 아궁이에서 구워진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그 옛날 그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생각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