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마다 아파트 정문앞에 재래식 시장에서 장이 열린다.
처음엔 별로 나가지 않았는데 이젠 의레히 야채와 생선을 사러 나간다.
아파트 문을 나가면서 시장의 행렬은 시작되고 거의 비슷한 사람들이 매일 그자리에 앉아있다.
과일가게 아저씨 감자와 양파파는 할아버지호떡 할머니등등
나와 딸아이에게는 유일한 구경거리이다.
복잡한 시장 여기저기를 다니며 이것 저것 사면서 난 덤으로 달라고도 하며
주부의 근성이 나오는데
딸아이 "와 엄마는 깍기도 잘깍어 : 하면서 예찬을 하는데
나는 속으로 :그래 내가 한푼이라도 알뜰하게 해야지 니네 먹이고 입히지 :하는
한숨이 나온다
시장에 쪼그리고 앉아 야채와 곡식을 내다 파는 아줌마들을 보면서
한편엔 친정엄마의 그리움이 생긴다.
늘 시골 장이 서면 엄마는 집에 있는 야채와 곡식을 내다 파느라고 새벽부터 나가셨다.
난 그모습이 궁상스럽고 챙피해 보여 그만두라고 했고
엄마는 그렇게라도 해서 자식들에게 용돈을 줄려고 하셨던것 같다
여고시절 엄마는 장날이 되면 시내까지 나오셨고 난 그모습이 싫어
그 시장옆을 지나 다니지 않았으니 나중에 엄마는 내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자
그냥 한숨섴인 목소리로 가끔 이야기 하셨다.
"내가 진즉에장사할줄을 알았더면 너를 대학에 보내능긴데"
그소리에 난 가슴 한켠이 싸해짐을 느꼈었다
나중에 자식들 다 출가 시키고 그만 쉬셔도 되는데도 엄마는 그일을 계속 하셨고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면 장에 갔다가 사온 아이들 과자를 늘어 놓곤 하셨다
그리고는 장에서 있었던 점심때 먹은 보리밥과 또 막걸리 한사발 하셨던 이야기랑 본전치기 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껄껄 웃으셨다.
엄마는 혼자 사시면서 그 생활이 유일한 일상이셨던것 같다.
그리고는 곡식을 다 갔다 먹어 아까운줄 몰랐던 내게
"장에 가면은 새파란 각시들이 한푼이라도 아낄라고 얼마나 깍는데이 무섭데이"
하시면서은근히 내게 알뜰함을 강조 하셨던것 같다.
저쪽 끝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호박 파는 할머니에게로 간다.
하나 덤으로 더 넣어 주는 인심을 받으며 시장을 나온다.
아픔과 포근함이 공존하는 시장에서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