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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남자 전화번호 찾기


BY 今風泉 2003-08-27

남의 남자 전화번호 찾기
작가 : 금풍천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시시장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았고 돈을 벌겠다는 환상으로 그 세계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언젠가 국민주라는게 있었다. 나라가 경영하는 기업의 주식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주권을 가지고 있으면 금방 거부가 될것처럼 현혹하던 그런것. 능력(?)있는 사람들은  자격을 불법으로 사모아서 돈을 벌기도 하고 필부들은 정부의 약속을 믿고 그냥 가지고 있다가 별볼일 없이 된 경우도 있었다. 요즈음은 왠지 모르게 주식이 오른다. 세상 돌아가는것으로 봐서는 당연히 기업의 어려움이 더해가고 결과는 주식이 내려가야 할것 같은데 빨간색 종합주가지수를 보게된다. 하기야 귀신도 모른다는 주식시장이니 그렇긴 하겠지만 세상이 다 숨을 죽이고 간신히 최소한의 호흡만 하고 있다는데 이 시대를 대변하는 주식시장은 활황(?)이라니...무슨 비결이 있을까?

 

오래전에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기천만원을 날린 경험이 있다. 나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카드에다 대출에다 돈을 끌어모아 주식을 사고 몇번은 돈을 벌었지만 결국은 세력들과 잡손들에 의하여 농락을 당하고 남은 건 실의와 깡통뿐으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선거때만 되면 많은 선량들이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고 국민을 살리겠다고 야단들이지만 결코 그런일은 없었던 기억이다. 모두들 죽던말던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법을 만들고 공적자금을 들여서 기업을 회생시키는줄 알았더니 저희끼리 나눠먹고 갈라먹고 오리발을 내미는 결과 남은건 국민이 세금으로 내야하는 부담뿐인데...카드사는 떼어먹은 자의 재산을 추적하여 회수해야될 자금대신 지금 사용하는 이용자들에게 금리를 올려 받아 적자를 채우고..세상은 정말 강한자, 영악한자들의 세상으로만 가는것인가..

 

성질나서 성질부리면 내발만, 내가슴만 병들것 같아 뉴스도 안보고 신문도 안보고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살다가 문득 생각해본다. 과연 정의는 승리하는 건가?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그렇게 배웠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정의가 꼭 승리하는것처럼 말하지 않았던가....그런데도 왜 세상은 정의가 몰락하고 영악한 무리만이 득세하는것 처럼 보일까?

거짓말하는 사람이 더 잘먹고 잘살고...적당히 눈감아주고 타협하고 세금도 좀 떼어먹고 이리저리 부도도 내고 모른척 넘어가기도 하는 사람은 늘 쌓아놓고 사는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 은사 선생님이 가르치던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많이 써놓은 책들의 진리는 가설이란 말인가? 어디에서 해답을 찾을까...?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가다보면 정말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너도 그렇게 하면 될거아냐. 그것도 능력이야. 네가 능력이 없어 그 자리에 못 앉았고 그런 재주가 없으니까 괜히 샘내고 원망하고 너만 깨끗한척 하는것 아냐...'

 

정말 그렇다면 인생을  잘못살은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난 나름대로 무언가 변명거리를 찾아야 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영 생각나지 않아 답답하다. 여기저기 책을 들춘다. 이책 저책 들추다가 누군가 내게준 시집한권이 있어 열어본다. 이름있는 시인도 아니요. 나의 초등학교 동창생인 누구(?)가 그저 심심할때 써서 모으고 몇권을 마스터해서 만들었다는 세상에 기십권뿐이라는 시집속에 들어 있는 언어가 마음에 와 닿았다.

 

"잡초의 무성함을 부러워하지 않겠다..."

 

#그래. 이거야 여기에다라도 내 맘을 기대야지 그렇게라도 해야 살지. 이런말이라도 없다면 정말 세상의 진리가 다 몰락하는것 같잖아#

 

나는 그 동창생 친구를 생각했다. 늘 허름한 차를 타고 다니고, 불쌍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지갑을 털어주고 아내가 외투선물을 해 줬더니 그 외투가 어느날 동네앞의 좌판에서 테이프를 파는 아저씨가 입고 있더라는 그 친구..그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었다. 지금은 남의 남편이 된 그 친구가 왜 이리 보고 싶을까....

 

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번 동창회때 코팅해준 전화번호속에서 결혼후 처음으로 그 남자의 전화번호를 찾고 있었다. 영문도 없이 눈에 고인 눈물때문인지 그의 이름도 눈물속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참 웃기는 날이었다.  나도 나를 알 수 없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