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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마개를 찾아서(내 배역?)


BY 今風泉 2003-08-25

주어진 배역을 알 수 있을까?

 

 

세상의 모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음을 본다.
역사는 우리가 모르는 어느 시점에서 시작되었고 언제일지는 모르나 끝이 날것이라는 막연한 추상의 과정을 짚어 보면서 그 처음과 끝을 가는 동안 나는 무엇 때문에 왔으며 내게 맡겨준 배역은 과연 무엇인가를 가끔씩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설교자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말씀한다

“여러분은 위대한 사람입니다. 사람이 태어나기 위하여는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만남으로 이루어지는데, 건강한 남자가 한번에 방출하는 정자의 수는 2억여 마리이고 , 그 2억의 정자들의 당당한 경쟁을 거쳐 난자와 결합하여 바로 나(I)라는 인생이 되었으니 만큼, 그 경쟁력 하나로만 봐도 대단하다”는 내용이고 이런 점을 감안하여 행여 자학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그분은 덧붙여 인생들에게는 창조자의 섭리가 있으니 스스로에게 맡겨진 신(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자각하여 날마다 새로운 각오로 인생을 살라고 역설하는 것이었다.

그 말씀을 접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우주의 창조■ 조물주의 섭리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일까? 미미한 존재이며 지나가는 하나의 경점과 같은 인생에게도 이 광활한 우주의 섭리가 있다는 것일까...그렇다면 나는 이 우주의 원대한 계획속에 역할은 무엇이란 말인가...그저 어쩔수 없이 왔다가 엄마아빠 만나서 키움을 받고 공부하고 결혼해서 살아가는 생활 속에도 섭리가 있단말인가...무슨 섭리?

그렇다면 그 섭리를 빨리 알아야 할텐데.. 날마다의 생활을 보면 너무도 평범하고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 그냥 밋밋하게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살고 있지 않은가...기실 그 말씀대로라면 나에 대한 신의 섭리를 찾아야 할텐데...
아쉬움이 다가온다. 신의 계획속에 나는 어떤 배역으로 아니면 역할로 승화 되어야 옳을까?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이 시대를 풍미하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하는데 그냥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교자는 또 알송달송한 이야기를 했다. 신의 관점은 수직이기에 늘 현재만 있다고 했다. 신에게는 과거도 현재요 현재도 현재요 미래도 늘 현재라는 것이며 사람만이 시간이라는 피조물 위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개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하늘의 한 날이 세상의 천년이라고 말하니 정말 피조물인 인간과 신의 위대한 차이 같은 것이 어렴풋이 다가오기도 했지만 해답은 없고 그저 내가 이 세상의 역사속에 어떤 역할로 마쳐져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갖는 계기가 되었다.

해답은 무엇일까?
내게 주어진 역할은 과연 무엇이며 그걸 잘 수행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모습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설교자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 나가면서 정말 나와 그리고 주변에서의 나에 대한 시각과 내가 품고 있는 어렴풋한 이상에 대해서 숙고하게 되었다.

늘 내가 원했던 것은 많은 돈을 벌고 좋은 집을 짓고 아이들 출세 시키고 가정이 화목하고 친구들에게 나가 꿀리지 않고 넘치지는 않지만 적당한 경제력과 모든면에서 남이 부러워하는 그런 것이 모두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설교자는 결론에 가서 내게 이런 멧세지를 남겨 주었다.

“보통사람들은 이 세상의 끝이 모두의 끝으로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세상의 퇴장은 새로운 세계에의 등장을 이야기 하며, 이 세상의 퇴장의 순간 새로운 세계에서 평가를 받게 되고 그 평가 결과를 따라 새로운 세계로의 등장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퇴장과 등장”

여기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세계로의 등장이 있다는 자신있는 설교자의 말씀 속에서 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확시같은 것과 그렇다면 이땅에 살다가 퇴장하는 순간까지 내게 주어진 역할을 분명이 찾아내야겠다는 의욕이 형성되는걸 느꼈다.

나의 역할?
한 가족을 돌보는 역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역할, 적당히 즐기고 살아야 할 역할,
평안함을 누리고 살다가 명이 다하여 죽음으로 가는 역할, 이 역할 저 역할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아무래도 가슴이 시원치가 않다. 내게 주어진 역할이 고작 먹고 자고 적당히 즐기다가 가는 것이라니...너무 허망하지 않는가...

설교자는 그후에 결론으로 열심히 봉사하고 자신의 종교를 위해 헌신하며 기도하다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도를 통하여 자아를 깨닫게 되고 그 과정을 거쳐 스스로의 역할을 알게된다는 그런 결론인 셈인가..

그러고 보니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 아무 생각 없이 여름이 훌쩍가고 산마다 들마다 다 나름대로 열매를 맺는데 난 무얼하며 지냈단 말인가. 세상살이 아등바등 움켜쥐고 한번도 이웃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나만의 울타리를 쳐 놓고 그걸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하며 산 것 말고는 없지 않은가..이게 나의 역할? 주어진 배역? 너무 속상해?

텔레비전에서 설교자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무언가 미완성인 그분의 설명이 나를 답답하게 했다.

“ 내게 주어진 배역? 역사속에서 나의 역할이 과연 무엇일까? 그렇다면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잖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린다면 나중에 나의 인생은 너무 아쉽잖아”
 
그런 생각에 이르러 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너무도 언약한 나의 모습과 깨달을 수 없는 나의 빈약한 지혜를 바라보고면서 무언가 좀더 새롭고 이상적인 나의 배역을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눈을 감고 어느새 두 손을 모았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언지 깨닫게 해 주세요”

난 누군가를 향해 그렇게 부탁하고 있었나보다. 무언가 깨발음이 올 것 같은 시간속으로 들어가는걸 느끼니 어디에 잇을 것같은 희망의 불이 보이는 것 같기도하고...

“인생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어느정도 알만하면 죽는다잖아..그래, 내 역할을 확실히 알아야지....”

구름에 실려 서쪽으로 가는 나의 몸이 보였다. 금새 무슨 도인이 된것처럼 난 저 아래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이 순간의 작은 깨달음이 현실에 부딪쳐 깨지는 순간 착각이라는 또다른 실망을 줄지는 모르나 참으로 조용한 시간의 사색은 감미로눈 미소임이 틀림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