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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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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말랭이


BY 김효숙 2020-12-07

혼자 집에 있으니 심심하다
가을은 저물어 가고 계절의 여왕  붉은 감도 하나둘씩
이름들이 멀어져 간다.
해마다 가을이면 대봉감을 사 놓고 하나 둘 씩 말랑하게 익어가면
골라먹는 재미도  참 좋았었는데 당뇨라는 것이 나를 감싸고
먹고픈것도 먹지 못하게 하니 또한 아쉽다.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늘만 오늘만 하며 감이 든 상자를 연실 오간다

안되겠디  싶어 몇개는 곶감을 만들어 매달고
하나씩 까서  감말랭이를 만들어 본다.
어제는 작은 지퍼팩으로  한 봉지가 되었다
남편 몇개 주고 봉지에 싸면서 마음속으로 말한다.
우리 이쁜 며느리 주어야지
과일 좋아하는 착한 며느리 주어야지
시어머니라고 결혼할때  이천만원  아들손에 쥐어주고는
그것이 결혼식 도움이라고 끝이었으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모른다.

이쁘게 길러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온 우리 며느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들에게로 온 우리 며느리
그맘 또한 이뻐서 난 다짐했었다
우리 며느리는  마음이라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줘야지하고 말이다.
때로는 아기 같아도 우리 딸이라면 감싸주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행히 딸이 없어 난 며느리가 딸이 하나 생긴 것 같아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딸만 둘이 있는 우리 사돈은 얼마나 마음이 시릴까

아들에게도 말한다
장인 장모님께 엄마랑 아빠랑 똑같이 해드려라
아들이  없으니 네가 아들처럼 든든하게 지켜 드려라고 늘 당부한다

아무튼 결혼한지가 벌써 7개월이 되어간다.
가끔씩 반찬을 해서 나눠주고  아들이 전화를 하면 그 옆에서
어머님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하는 며느리
쑥스러워 전화도 못하는가보다 그리 생각한다
세월이 가고 아이들 낳으면 하나 둘 씩 마음도 열어가고 씩씩해지겠지
그런 마음으로 기다린다.

생각만해도 천사 같은 마음씨를 가진 며느리를  우리 가정에 보내주신
친정 부모님께도 감사뿐이다.
우리 사돈은 처음 상견례를 할 때 그랬다
형님 처럼 언니 처럼  그렇게 기대며 살아갈래요 하고 말이다

그말이 생각나서 지난 주에는 김치 한통을 아들편에 보냈다
일을 하시는 사돈은  김치를 사서 드신다니  솜씨는 없어도 그냥 드리고 싶었다
특별히 격을 갖추고 살고 싶지는 않다.
있는 그대로 마음을 전하며 그리 살고 싶다

착한 며느리의 친정엄마 아빠도 사랑하며 가족처럼 그리 살고 싶다.

오늘도 감 몇개 말린다.
감말랭이를 먹으며 웃을 우리 새아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햇볕 가득함속에 곱게 곱게  말라가는 감말랭이를 보며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 이 시어머니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