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꿈 같으나 거처를 옮긴다는 바쁨에 참 오랫만에 아컴에 컴백하니
고향에 온 것 처럼 좋다.
찌는듯한 여름도 옥탑방에서 행복하게 보내고
온갖 이쁜 꽃들이며 채소도 남겨두고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왔다
아들이 결혼한지도 몇달이 지나고 코로나 속에서도 잠시 잠잠했던 순같포착의 결혼식은
비가 부슬부슬 내림에도 사백명이라는 많은 축하 손님들이 오셔서 기뻐해주셨다.
아들은 결혼식도 잘 치르고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속초로 두루 다녀오구
이제 며느리는 시댁엘 와야하는데 마땅히 받아줄 형편도 못되고...
몇달 기다렸다가 이사를 가면 오라고 했더니
감사하게도 임대 아파트는 순리대로 당첨이 되어 이사를 왔다
넓고 넓은 바닷가 처럼 좋은 공간은 우리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남편은 새보금자리 장만으로 모두 새겻으로 들여주고...
난 날마다 꿈속에서 사는 것 같았다.
오래 참고 기다리다 보면 이렇게 좋은 날도 오나보다.
각자 방 하나씩 차지하고 화장실도 두개 방이 또 하나 있다
발바닥이 아프도록 넓게 느껴지는 집
아닌게 아니라 발바닥이 아프다
왔다갔다 하는 공간이 넓으니 힘이 든다.
우리 부부는 서로 웃으며 먼저 집으로 도로 가자며 웃었다.
문열면 바로 주방에 몇 발자욱 걸으면 화장실 또 몇 발자욱 걸으면
현관문과 꽃밭 가득한 채소들 조롱조롱 열린 빨간 토마토며 파란 풋고추들이
아침 저녁 행복을 배달해 주던 옥탑방.. 그집이 난 행복했고 좋았었다.
아침이면 새들이 와서 재잘재잘 깨어주고 시원한 뒷동산 푸른 나무들이
고운 햇살 받으며 노래하던 바람소리 그 집이 너무 좋았었다.
고향으로 가고 싶은 참 좋았던 그곳이 왜 그리 좋았을까..
비가 내리면 쏟아지는 옥상 물이 쉽사리 내려가지 못해
현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며 서성이다가 현관문을 넘어서 물이 집안으로 들어오기 2센치 전
두근 거리는 마음도 잠시 꽃고무신 물위에 두둥실 뜨라고 신발 벗어 던지고
바람에 부러진 백일홍 꽃가지 주워 물위에 둥둥둥... 뜨게도하여 혼자 행복하고 좋아서
물장난을 치던 곳
비닐로 만든 창고엔 냉장고며 짐들이 가득한데 빗자루 들고 고인물 쓸어내느라
힘들기는 커녕 좋아서.. 쓸어내면서도 팔 아픈줄 모르고 좋아했던 나
종일토록 비 맞으며 꽃밭도 매만지고 호박 메론 고추 방울토마토 호박잎 오이...
피마자 등등.... 흙이 있는 화분마다 가득 행복농사로 채우며 돌보던 그 기쁨을
어디다 비하랴....
그렇게 좋아하던 것들을 뒤로하고 낯선 곳에 이사를 왔으니
마음마저 텅빈 상태였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새집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새아파트니 낯선 마음도 잠시 살림 채우느라 남편은 매일
택배로 나른다.
몇날을 그렇게 지났을까 방마다 안정되어가는 짐들에 새롭고 좋다마는
방바닥이 좋았었고 문열고 나가면 풀한포기도 좋아서 어루만지던 그리움이 몰려온다
시골 촌뜨기 그래 난 푸르른 벌판 하나만 보여도 행복인데 말이다.
무슨 침대가 방안을 가득채우고 떨어질까 염려하며 잠못이루고
안쓰던 인덕션을 설치해 여기저기.. 눌러도 자꾸만 잊어먹는 순서들이 익혀지지 않아
후다닥.. 돌리기만 하면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음식을 만들던 가스렌지가 그리워진다.
그래도 어쩌랴 아쉬운것은 다 설치하고 채워지고................
남편에게 무리하게 이런거 하지 말라고 해도.. 진행형이다.
고마워요 한마디 했더니 그동안 고생했다고 등을 토닥토닥
순간 눈물이 난다.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참 힘들었던 순간들이었다.
갑상선 암 수술하고 몸이 천근만근해도 음식점을 거의 십여년을 했었고
그리곤 아이돌보미 5년하고 유방암 수술하고도 몇년을 더 일했다.
발바닥이 아프도록 쌍둥이를 끌고 하루 6시간을 한강 둔치로 다니던 시간들
눈물이 나고 배가 고프면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순간들
그러나 절대 울지 않았다
걸을수 있음에 감사 살아 있음에 감사 아이들과 살아갈수 있음에 감사
남편이 지켜주니 감사 감사외에는 살아갈 힘이 나지 않았다
우와...........이제 쉼이다
내게도 이런 시간이 오는구나.
남편은 말한마디만 하면 말없이 다 배달해주고 날 지켜주니 고맙다.
유방암 수술하고 어찌 살아야하나 걱정을 안해도 예비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감사다...
남편은 취직이 되었고 난 수술하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이들 돌보러 갔었다.
천천히 걸으면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었고 살아갈 힘이 솟아나는것 같았다.
벌써 수술한지도 3년 반이 되어간다.
6개월 한번씩 검사를 할 때면 하기가 싫다
병원이라는 곳이 두렵다.
다시는 오지 말아야 할 병원.......
그래도 검사하고 나면 6개월은 편해지는것 같다.
요즘은 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어떻게 살았을까
살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도 오리니.........
무더운 여름이 와도 더위가 걱정 없고
추운 겨울이 와도 추위가 없는 따뜻한 안식처를 주신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