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일까
가끔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슬픈 마음으로 하는 질문이다.
타고난 천성일까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품성을 사람들은 착하다고 표현하기도 하지.
누구를 위한 착함일까
정말 누구를 위한 착함이라면 한결 같이 진실해야지.
뭔가 찜찜한 맘이 남고 억울한 맘이 남고 끝내는 스스로가 싫어지고 만다면
얼마나 어리석고 부질없는 일인가
나는 화를 잘 내지 못한다.
사실 화가 잘 나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나 가끔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런데 좀처럼 화를 낼 수가 없다.
화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겁이 많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를 참기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만만해서 화를 냈던 기억은 제법 있다.
그러고보니 참 비겁한 엄마였다.
강한 자 앞에서 약하고 약한 자 앞에서 강한. 진짜 비겁한.
이젠 아이들도 나보다 강해졌다.
그래서 풀어내야 할 화가 생겨도 풀 곳이 없다.
더더욱 화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일단 화가 나면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처음에는 모든게 내 중심이 되어 억울하고 속상하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 상대를 헤아리게 된다.
저 사람 내게 저런 행동을 왜 했을까
저렇게 해 놓고선 자기 맘도 결코 편치 않겠지.
내게 되지도 않는 화를 맘대로 퍼붓곤 먼저 사과도 않고 손도 내밀지 않는 사람.
하지만, 속마음은 다를 거야.
자기 못난 행동에 스스로 화가 나서 오히려 그쪽 맘이 지옥일지도 몰라.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아니 오히려 내가 기막힌 일이지만 그래도 손은 내가 먼저 내밀어야겠지.
빙글빙글 맘이 저절로 돈다.
저 혼자 찧고 까불며 요동친다.
그리곤 잘못이 없는 것 같은데도 내가 먼저 사과한다.
용서를 빈다.
저쪽에서 끝까지 맘을 닫고 화내고 있으면 차라리 괜찮은데
마치 정말 모든 탓이 내 것이 되어 용서를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날 때면
그제서야 난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진다.
내가 뭘한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내 잘못이 아니잖아.
내가 용서를 구하면 적어도 아니라고 네가 무슨 잘못이냐고 하며 손잡아야 할 일 아닌가.
그런데 잘못은 상대가 했어도 용서받는 사람은 내가 되어 있다.
그러고나서 맘이 편안해지면 차라리 어리석어도 삶을 견디긴 수월할 텐데.
엉뚱한 결론은 내가 만들어놓고 내가 뾰족해진다.
혼자 상대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잘난 척하다 혼자 비참해진다.
그리고 외로워진다.
혼자 가만 내버려두면 나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사람 같은데
자꾸 찌른다. 아프게 한다.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좋겠다.
혼자면 덜 외롭겠다.
내가 내지 못하고 삭힌 화는 다 어디에 있을까.
어디서 빙빙 돌며 나를 손가락질 하고 있을까.
2008년 10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