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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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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BY 선물 2010-07-30

나이가 나이다보니 상가 집 갈일이 종종 생기기 시작한다. 어떤 죽음이든 죽음은 영영 이별이라 언제나 슬프다. 하물며 짧은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죽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틀 동안 두 젊은 죽음을 겪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의 죽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떤 인연으로 엮여 있었던 관계라 좀 더 가까이 죽음을 체험했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지만 아직은 이 세상 남아서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라 떠나보내는 마음은 한없이 안타까웠다.


하루를 먼저 가신 분은 마흔 다섯의 남자 분이시다.

그 분의 아들과 우리 아들이 성당에서 함께 복사를 하고 있어 그 인연으로 연도와 장례미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남겨진 미망인은 이제 서른여덟이고 자녀는 중 2 딸아이와 5학년 아들아이였다.

삶의 과정 중 비슷한 시기를 걷고 있는 나는 때문에 이런 상황이 정말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가 않았다.


연도가 시작되었다. 망자의 마지막을 위해 기도 드리는 사람들의 구슬픈 가락이 흘러 나왔다. 함께 따라 하던 나는 금세 목구멍이 뜨뜻해짐을 느꼈다. 울컥거리는 슬픔 한 덩이가 묵직하게 목구멍을 차고 올라온 것이다. 슬픔은 그대로 뜨거운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혹시나 해서 손수건을 준비해 왔는데 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찾아지지 않는다.

사소하나마 난감한 순간이었다.

연도를 오신 분들이 많아 모두 한 공간에 있지는 못하고 벽을 사이에 두고 두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유족들은 건너 편 공간에 있었는데 미망인의 것으로 짐작되는 이의 통곡이 터져 나오는데 그 울음이 내 것처럼 서럽고 서러워 그냥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쏟고 말았다.

-왜 이렇게 빨리 가, 왜...

비명처럼 터져 나온 그녀의 절규는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팠을 것이다.


잠시 후, 미사를 드리기 위해 식장으로 관이 운구 되었다.

원래는 다니던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드리는 법인데 안타깝게도 이 분은 그런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의정부 교구 새 신부님들의 사제 서품이 우리 성당에서 치러지게 된 까닭이다.

병원행사장은 좁고 더웠다.

영정 속 고인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지켜보는 우리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속상하고 아팠다.

저 사진을 찍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아이 둘을 옆에 둔 젊은 엄마를 보았다.

하얗게 질린 모습. 내가 성당활동에 그리 성실하지 못해선지 약간 안면이 있을 뿐인 분이었다.

그녀의 들먹이는 어깨를 뒤에서 지켜보는 내내 내 맘이 참 무거웠다.

팔을 벌려 딸과 아들의 손을 꼭 잡은 그녀의 뒷모습에 참으로 말할 수 없는 연민이 느껴졌다.

이런 경우, 가는 이보다 남겨진 이들이 더 가여울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더 착잡한 일이었다.

부디, 부디 그녀의 앞날이 덜 힘들고 덜 아팠으면....


성가를 부르는 순간이 왔다.

슬픔은 슬픈 노래 속에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성가를 따라 부르다 말고 잠시 나를 멈칫하게 만든 가사가 있었다.


<주여, 이 영혼에게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안식 주시어 잠들게 하소서. 세상의 온갖 수고 생각해 주소서. 세상의 온갖 수고 생각해 주소서.>


세상의 온갖 수고.

그 구절이 왜 그리 날 울렸을까.

영정 속 고인을 다시 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나는 세상을 나를 통해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삶도 참 고단하게 보인다.

주님은 인간에게 자신의 몸까지 내 주시며 사랑하셨지만 그래도 나는 삶이 힘들고 고달프다.

욕심 때문에 만족을 모르고 감사를 모르며 살고 있는 탓일지도 모르지만 심신이 늘 위로 받고 싶을 만큼 지치고 외롭다.

그래서인지 수고라는 말이 너무도 서럽게 들렸다.

그리고 나의 수고도 주님이 꼭 기억해 주시기를 기원했다.

주위 사람들을 잠시 둘러보면서도 또 그렇게 기원했다.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여, 그리고 떠나가는 이들이여.

그대들의 수고가 참 아름답습니다. 당신들도 위로 받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하루를 차이로 또 한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같은 병원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던 분인지 꽤 많은 이들이 그 분을 알았다.

이혼을 하고 혼자 힘으로 아들 둘을 기르셨다는 그분은 올해 쉰 세 살이신데 유방암으로 돌아 가셨다고 한다. 정말 많이 고생하셨을 그 분도 주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누리셨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쉼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본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그래서 목 메이게 아프고 고맙다.    

 

2006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