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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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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BY 선물 2010-07-30

내 아이가 공부를 생각만큼 안한다면...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하지 못한 사람도 제법 있고 또 공부를 못했기에 인생이 더 잘 풀린 삶들도 많음을 생각한다.

 

나에게 작은 병이 있다면...

그로 인해 삶의 소중함을 느끼며 나를 함부로 내버려두지 않고 귀하게 생각할 수 있음을 감사한다.

 

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내게 이런 종류의  어려움이 힘들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생각한다.

정말 심각한 고통이 있다면 이런 고민은 차라리 사치가 될 것이기에...

 

공부 잘 해서 엄마 체면 팍팍 세워주면 어디가 덧날까, 그러나 시험을 앞두고도 천하 태평인 아들을 보며 자꾸 조바심을 내는 나는 행복하다.

누구는 어디에 돈을 쓸까로 고민하는데 겨우 이번 달에 쓴 카드대금이나 걱정하며 때론 천원에도 아쉬움을 느끼는 나는 행복하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니 신장이 안 좋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와 인상 푹푹 쓰며  이불 뒤집어 쓰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내가 엄청 부자고 엄청 잘났고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살면 오히려 인생을 잘못 살고 영혼을 더럽히게 될까 봐 신은 이 정도의 삶만 허락하셨을지도 모른다.

내게 주어진 이 정도의 조건이 내가 가장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일 수도 있다.

 

가끔 어떤 이유로 불만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 이유로 불만을 가지는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른다.

내가 바라고 있으면서도 갖지 못한 바로 그것 때문에 오히려 불행으로부터 내가 안전할 수 있을지도...

 

 

2005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