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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2)


BY 선물 2006-05-28

막둥이는 부산 형님 가족들과 함께 왔다. 조카가 직장관계로 혼자 수원에서 살고 있는데 결혼 문제로 부모님이 상경하신 것이다. 그래서 형님은 오신 김에 친정인 우리 집에 들르셨고 그때 아는 사람에게서 분양받은 막둥이를 조카가 데리고 온 것이다.

맘이 내키지 않은 탓도 있지만 사실 손님맞이에 바빠서도 나는 막둥이를 볼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막둥이를 눈여겨 본 것은 급하게 일을 마치고 겨우 주일미사를 참례한 후에 돌아오던 차 안에서였다. 시부모님과 함께 미사를 보았기 때문에 남편이 차로 모시러 왔던 것이다.

운전을 하는 남편에게 퉁명스레 물어보았다.

-강아진 어떻게 생겼어요? 지금 뭐하고 있어요?

남편은 대답대신 고갯짓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마치 하얀 털실 한 꾸러미가 놓여있는 듯 강아지는 남편의 허벅지 사이에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첫 느낌은 참 작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작아도 나는 강아지를 건네받고 싶은 맘조차 생기지 않았다.

강아지는 우리 집에서의 첫날밤을 남편과 동침했고 나는 몰라라 하고 혼자 침대 위에서 잠을 잤다. 잠을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남편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 놈이 왜 이러지, 몇 번을 꿀떡거리더니 토를 하네!

정말 강아지가 깔고 자던 타월은 갈색 토사물로 더러워져 있었다.

녀석이 새로운 곳에 오더니 긴장을 해서 그런가보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밤, 강아지는 무려 다섯 번을 토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축 늘어져 있었다.

사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마땅치 않았지만 그래도 강아지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감탄사를 내뱉게 할 만큼 예쁘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른 이들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던 장본인인 남편, 동생을 위해 강아지를 구하라고 시킨 형님, 그리고 외할머니와 외숙모가 그렇게 강아지만큼은 안 된다고 애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겁도 없이 강아지를 데리고 온 큰 조카에게 나는 그렇게라도 시위해야만 마음이 좀 풀릴 듯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토록 작은 아기인 강아지가 힘들어하며 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도 안쓰럽고 딱한 마음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 강아지는 다행히도 다시 기운을 찾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대견스러워 뭐라도 조금 먹이고 싶어졌다. 그러나 원래 있던 곳에서 먹던 사료라는데도 강아지는 좀처럼 먹지를 않고 물이나 조금씩 먹으며 목을 축이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인터넷으로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려고 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 서점으로 가서 책을 한권 참고하며 정보를 구했지만 마땅히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를 알 수는 없었다.

조카에게 전화로 물으니 새로운 환경을 접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탓일 거라며 더 지켜보라는 말만 했다.

낮 동안은 강아지가 그런대로 놀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걱정하진 않았다.

조금 여유를 찾으면서 강아지 이름을 짓게 되었다. 내가 정한 복실이는 어머님이 반대하셨다. 촌스럽다는 이유였던 것 같다. 다들 이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는데 그냥 남편이 막연하게 우리 집 막내라며 막둥이라고 불렀던 것이 계기가 되어 그냥 그것을 이름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막둥이와의 평온했던 시간도 잠시, 저녁이 되면서 막둥이는 다시 구역질을 하며 토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대여섯 번 정도 토하는 모습을 보자 더 이상은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속으로 간절히 원했다. 강아지에게 큰 병이 있는 것이 아니기를... 그리고 미안해했다. 내 싸늘한 첫 만남의 반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