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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저축할 수 있다면...


BY 선물 2003-09-16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환하게 웃는 얼굴이다.나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꼭 그 만큼이나 화내고 찌푸린 얼굴은 미워 보이고 그 미운 얼굴은 보기가 싫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화내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 까 하고..

내가 화내고 찌푸린 얼굴을 싫어하는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화를 내는 상대방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으로 인해 나까지 화를 낼 까 두려운 것이다.화가 나서 미움을 갖게 될 내 마음이 싫어지는 것이다.그래서 웬만한 일에는 화내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싱거운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정 안되면 물리적인 힘을 써서 간지럽혀서라도 그 굳어 있는 얼굴을 환한 얼굴로 되돌려 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고 내 마음도 평정을 찾게 된다.비록 실없는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지라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고 있을 때보다는 조금은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더 많아 보인다.나조차도 특별히 좋을 때가 아니면 활짝 웃는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드문 듯 하다.
왜 즐겁고 신나는 일은 드물고 무겁고 속상한 일들이 더 많은 건지 그래서 인생 길을 가시밭 길이라고 하는 건지 참 안타깝다.그러나 물론 바깥에서의 일이 원인이 되어 마음을 굳게 할 때도 많겠지만 때때로는 내 안의 문제가 원인일 때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처럼...

그래서 나는 가끔 남편이 기분이 좋아서 내게 잘 해 주려 할 때
"여보,지금 잘 하려 하는 맘 조금만 남겨서 자기 맘 속에 저축해 두세요.나중에 내게 속상하거나 화 낼 일이 생기면 그 때 지금 저축한 것을 살짝 꺼내서 화를 감하고 누그러뜨리라구요.알았죠?"라는 말을 한다.그러나 분명히 알았다고 대답한 남편이지만 막상 화가 날 일이 생기면 저금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바보처럼 화를 내고 만다.감정이란 그처럼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아침에 방금 눈 뜨고 나온 나에게 어머님이 속상한 말씀을 하실 일이 생겼다.어머님이 아들 주시려고 안 드시고 아껴 두신 음식을 내가 전날 밤에 전자렌지에 넣어 데워 놓고서는 그만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그대로 둔 것이었다.그런데 아침에 무언가를 데우시려고 전자렌지를 열어 보신 어머님이 상해 버린 그 음식을 보신 것이다.어머님은 음식을 귀히 여기시는 분이시다.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굶주림의 고통을 경험해 보신 분이셔서 음식만큼은 절대로 헛되이 버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신다.나 또한 먹는 음식 버리면 죄 받는다는 말씀에 동감하고 있는 지라 렌지 속 상해 버린 음식이 참으로 속상하였다.그런데 속상하면서 또 겁이 났다.분명히 그냥 넘어가시지 않으시고 많이 나무라실 것이란 생각 때문에...
나는 그런 나무람을 달게 받아 들이기에는 아직 수양이 부족하다.오히려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텐데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탓에 꼭 혼이 난다는 생각으로 억울함을 갖는 편이다.

그런데 그 날은 평소와는 달리 "음식 귀한 줄 알아야지,그렇게 정신을 빼 놓고 살면 안되지."라고만     하시고 금세 환한 낯 빛으로 돌아 가신다.미리 심한 꾸지람을 예상하고 속상해 하던 차에 그 정도로만 끝내 주시는 어머님이 참 고마웠다.그래서 "제가 깜박 잊었네요.앞으로는 조심할게요."라고 밝게 답해 드렸다.그러면서 앞으로 또 꾸지람 듣게 되어 억울하게 생각될 일이 있더라도 오늘 고맙게 해 주신 것을 생각하고 덜 서운해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의 장부에 고마움을 저축한다.물론 그 장부 대로 정확하게 가감하며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지는 스스로를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만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미리미리 좋은 일을 많이 베풀어서 상대방의 마음에 고마움을 많이 저축해 두려 하지 않을까?유비무환이란 말처럼 언제 어디서 사람들에게 뜻 밖의 잘못이나 실수를 해서 원망을 듣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니 그렇게 웃음을 저축해 두면 후일의 화나고 짜증난 얼굴을 보게 되는 고통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남편의 굳은 얼굴도,어머님 아버님의 찌푸린 얼굴도,아이들의 짜증 내는 얼굴도 정말 싫다.그러나 그들의 웃는 얼굴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황홀하다.물론 상대방들도 내 찌푸린 얼굴을 보기 싫어 할 것이다.그러니 좋을 때 다 표현하지 않고,미울 때도 다 나타내지 않으면서 그렇게 절제하며 조절하는 지혜를 모두가 갖게 되면 좋을 것 같다.그리고 즐거움에는 이자를 듬뿍 붙여 주어 다들 이쁜 마음의 부자가 된다면 좋겠다.

얼마나 더 수양하고 도를 닦으면 그리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