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기분이 어때?"
딸바보인 오빠에게 오촌조카의 결혼 청첩장을 받고서도,
오빠의 전화를 놓친걸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다.
기분이 묘하단다.
시원한 건 모르겠고 엄청 섭섭하단다.
당연한 섭섭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얼마나 사랑을 주며 키우고 예뻐했는지 내가 알기에
오빠의 섭섭함이 은근한 사위자랑이 폰넘어 종달새처럼 노래한다.
평소에도 오빠는 여자형제가 많아서인지 조금 수다스럽다.ㅎ
넘치는 사랑과 정이 유달리 많은 오빠는 어렸을 때
나에게도 친동생 이상으로 잘 대해주었다..
초등학교시절엔 같은 동네에 살았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숙제도 같이하면서 어울려서 놀곤 했었다.
난 사촌들과 친구처럼 잘지냈다.
나보다 한 살어린 오빠의 여동생보다오빠와 유독 친한걸 보면 오빠가 그만큼
날 잘 챙켜 준게다.
이사를 갔어도 오빠는 우리집에도 자주 놀러왔고
나도 엄마께 쌈지돈을 받아 고기 한 근을 사서 큰집에 놀러가서 하룻밤자고 오빠와 사촌언니 동생들과 신나게 어울렸다.
그때는 요즘과 달리 사촌지간도 형제처럼 잘어울리고 우애깊게 지내던 집들이 많았다.
큰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서 빚쟁이에게 시달릴때 큰집 식구들이
우리집에 와서 몇 달 함께 살았던 적도 있었다.
사촌언니와 부엌에서 연탄불에 별맛없는 밀가루빵도 구워 먹고
비오는 날엔 처마 잍에 앉아 공기놀이도 했었다.
그때 그빗소리가 얼마나 청하하고 좋았던지...
친정엄마는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잘대해주셨다.
생활은 빠듯했지만 우리는 그런건 안중에도 없고? 아니 몰랐을
것이고 마냥 우리들의 생활이 즐거윘다.
오빠는 심지어 서울에서 살았지만 거리가 제법 멀었는데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우리집에 찾아와서
대학입시 시험 잘보라며 나를 도닥거려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껏 엄마 생신에도 꼭 올케언니와 찾아 준다.
어느새 친정엄마께 작은어머니란 호칭이 어머니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신부가 예쁜왕관을 쓰고 오빠와 손을 잡고 중앙카펫을 걸었다.
착하고 귀염성있는 사위가 중간까지 걸어와 신부를 맞이했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철부지였던 난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도 빨리도 걸었다는
나의 직장상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리가요?하면서도 아버지의
딸을 보내는 마음을 몰랐었는데...
괜시리 내가 뭉클해진다.
양가 부모님의 덕담에 이어,
누나의 결혼을 축하하는 오촌조카의 축가가 울려 퍼졌다.
축가를 부르기 전에 누나에게 몇 마디의 말에 신부인 누나도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는데 조카가 눈물 까지 흘린 탓인지
음정이탈과 고음을 제대로 소화를 못시킨 조카에게 보다
큰박수 소리가 울리면서 곳곳에서 맑은 웃는 소리가 함께 들렸다.
순수한 조카의 행동과 노래가 오빠와 닮은 듯 했다.
역시 부전자전..ㅎ
훈훈한 결혼식이다.
새신랑 신부에게 양가 부모님이 건넨 삶의 축사와
매끄럽지 않지만 사랑넘치는 조카의 노래
그리고 4중창의 우렁찬 축가
결혼한 신랑신부에게 한껏 박수를 보내는 하객들
단체사진에서 보여주는 마스크를 착용한 친인척의 잊지 못할 사진,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의 잔주름 속에서 세월이 또 이렇게 흘러가고 있음을
또 언제만날지 모르는 친척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안부를 전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 순번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