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요 / 채은선
언덕아래 작은 도시들이 불빛을 품고 자장가를 부르면
귓전에는 엄마의 목소리 들리고,어린 동생들의 재잘대는 소리들,
어제 종일 모심은 논에서는개구리들의 즐거운 합창소리 맴돌고,
넓어진 골목들이 달아 나면서 뒹굴던 돌들도 소리를 높여요
"보고 싶어요 어서 와요" 이름없는 잡풀들 마져
그리움을 못참겠다고 밤새 가죽나무 뱅뱅 감으면서
올라타고 외쳐요 "보고 싶어 못 참겠어"
엄마 에게서는 아직도 막내 동생에게 먹일 젖내가 나고
아빠의 굵은 목소리 "애들 다 어디 갔는가?"
어제밤 꿈보다 더 생생한 고향집의 모습들,
앞마당에 병아리 몰고가는 암닭이 기세 당당하고
시궁 창에는 어린 오리들이 엄마도 없이 물장난이고
햇빛에 조는듯 점잔게 앉아 있는백구는
모든 짐승들의 대장인듯 의젖하다.
젊은 엄마의 힘있는 목소리 "ㅇㅇ야!"
" 돼지 밥주고 시원한 물 떠 가지고 뒷밭으로 오너라"
동화속 같은 유년시절 그것이 사랑 이었던가!
늘 분주하여 마주칠 눈빛한번 없었는데---
왜 날마다 그리도 절절하게 목이 메이는가!
그렇게 철없던 날에 친구랑 깔깔 거리다가도
싸우다가 삐지다가 또 대문에서 이름을 불렀지!
도란도란 무예그리 즐거웠던가!
저녁 먹고는 운동장에 모여 달빛 그림자를 타고
수박놀이 여우놀이....
꿈이 익어가는 함성들,
할머니는 긴 담뱃대 뻐꿈 거리시며 어린동생 쓰다듬으시고
보릿가래 낫가래들이 전쟁놀이 숨밖꼭질 놀이의 "성" 이었어!
어머니! 어머니는 이제 할머니가 되시고
나는 어머니 그때 젊은 모습보다 더 나이든
중년 부인이 되었네요.
"보고 싶어요" 어머님 슬하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 듣던 아름다운 그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재산 인지요 아직 살아 계시니 기뻐요.
아무리 멀리 있어도 자신의 근원지인 뿌리가
튼튼하면 어려움도 힘있게 이겨내고
외로움도 잘 견디고 환난 중에도 감사가 있다.
아름다운 나의 고향,꿈의 동산이여!
수향이여! 수북이여!
아직도 정정한 대나무여!
이제도 대숲 바람 소삭소삭--
그리워라! 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