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가을엔 혼자있고 싶다. 겹겹이 세워둔 제도의 담을 허물고 훨훨 날아 오르는 고추잠자리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고상한 빛깔의 나만의 패션들을 벗어 던지고 초가 지붕의 박넝쿨을 걷어 목에 걸고 끌면서 넓게열린 들판의 정중리 길을 바람에 밀려 헤메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마음을 내려놓고 음울한 동굴의 박쥐이고 싶다. 어둠의 세상을 활보 하며 다정한 얼굴들을 잊어 버리고 반쯤만 가진 정신으로 다른 사람으로 서있고 싶다. 달빛으로 목욕하고 밤바람과 산을 타는 미친 나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혼자있고 싶다. 추수끝낸 들판, 풍요를 빼앗긴 들녁의 뻥뚫린 가슴처럼 가을엔 외로움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하루종일 혼자 걷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