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일이 어느 때는 안개속을 거닐 듯 한치 앞이 않보일 때가 있습니다. 길 위에서 길을 잃듯 누군가 먼저 간 그 길을 열어주면 수월할 것 같은 그 길이 아주 막막해질 때가 있습니다. 어젠 그 막막한 길을 아이와 함께 걷고 또 걷다가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 늦은 밤에 아이와 어떤 영화를 볼까 고심하다가 '네버랜드를 찾아서'라는 어른과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를 보았습니다. 꿈이 끝나지 않는 곳, 환상의 섬 네버랜드는 피터팬과 아이들의 모험과 상상을 그린 공간이면서 어른이 되면서 사라진 피터팬과 같은 순수성을 다시 찾아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감동 깊었던 대사는 네버랜드란 믿음으로 보면 반드시 존재하는 곳이라는 인식적 차원과 연극이란 즐기는 것, 그것을 지루하게 만든 것은 비평가 들이라는 예술과 대중적 가치를 판단하는 근거를 짧막하게 다룬 대사들이 었습니다. 삶은 어쩌면 그 예술과 대중적 가치를 드나들며 사는 공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자기 환경을 이루는 사람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사람은 누가 뭐래도 환경적 동물입니다. 네버랜드라는 상상의 공간을 마음 속에 두고 사는 사람은 현실적 아픔에도 비껴 갈 수 있는 내적인 힘이 있거나 지독한 독설로 말하면 다분히 현실도피적인 삶으로 도 비추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을 이루는 주변 환경이나 악한 사람들에 의해서도 원치 않는 삶이 이루어진다는 뼈아픈 깨달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네버랜드는 남편을 잃고 네명의 자녀를 둔 가난한 여인의 삶 속에 네버랜드 라는 상상의 공간이 들어 오면서 비로소 휴식을 얻는 결말을 끌어 내고 있습니다. 또한 네명의 자녀들도 아빠를 잃고 엄마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그 아픈 현실 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네버랜드를 만납니다. 삶은 결국 순수를 모태로 살아가야 함을, 죽음 또한 삶의 한 과정임을 받아드리는 아주 성숙하고 철학적인 결론을 얻어내는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로 생각이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의 잦은 질문에 자주자주 맥을 놓치기도 했지만 이젠 영화를 제법 감상할 줄 아는 딸을 바라보는 맘이 뭉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