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185

존재는 모두 철학적이다


BY 생각하는 이 2005-02-18


    그 추운 겨울 날,연탄빛의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은 우리 세 자매의 그림자 뒤로 쏟아져 내렸다. 새끼줄로 엮어진 연탄을 하나씩 들고 어둔 골목을 "나무야,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쌓인 언덕에 외로이 ~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타고 휘바람만 불고 있느냐 " 삶의 덫인 줄도 모르고 어둠을 가르며 한 두릅씩 엮어 들고 온 연탄은 며칠은 따뜻한 아궁이가 되어 주었다. 흰 눈이 뽀드득뽀드득 장독대에 쌓이는 겨울 밤은 눈물이 쏟아질 것 처럼 슬프고 아름다웠다. 삶이 고달퍼지는 순간에 차릴 것도 없는 궁색한 밥상을 분주하게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을 나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 삶에서 때로의 즐거움은 늦은 귀가 길의 아버지 손에 들린 붕어빵이었다. 생일 때나 맛보던 자장면쯤으로 여기던 붕어빵은 잠결에도 벌떡 일어나 아끼고 아껴 먹던 행복함이었다. 요즘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우리 시대의 가난이 되물림 되는 것을 본다. 소도시의 어둠을 타고 동네 한 귀퉁이의 작은 공원에 갈 곳 없는 행려병자들의 초라한 잠과 마주치는 일이 잦은 것이다. 그들을 위해 따뜻한 담요 한 장 내미는 일에 인색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나는 아이가 담고 있음을 안다. 빈부의 질서가 무너지면 하층민들의 삶이 더욱 처절해지는 것을 내 아이 가 가슴에 담을 때 책은 과연 무슨 통로가 되어 줄 것인가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지만 삶은 어차피 그런 것이다,체념을 일깨우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삶이 가난하다는 것은 연탄을 새끼줄로 엮어 들고 오던 어둔 골목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이 유년의 아픈 기억들을 끄집어 내는 순간들은 바로 책이 주는 상념들이다. 참 우연치도 않게 만난 책 한 질을 읽으면서 가슴이 찡해진 것이다. 아마도 긴 겨울의 지루한 날들이 감성의 샘을 터뜨려 준 것 같다. 이 책은 사실 내 아이가 지금보다 한 일년쯤 어렸을 때 탐을 내고 사주지 못한 책이었다. 그 때도 우연치 않게 서점에 들렀다가 매인 책꽂이가 아닌 약간은 뒤로 물려난 책장에서 발견한 책이었다. 그 자리에서 몇권을 읽어보고 갈등을 무지 했던 책이다. 책의 바다에 빠져 있던 내 아이의 책 장에 꼭 넣어주리라 맘을 먹고 나는 그만 수도권으로 이사를 와서 까맣게 잊은 책이었다. 그 책이 바로 요즘 다시 내려와 읽히는 두산동아의 세계창작이다. 아이에게 읽히기 전 글의 난이도를 추리기 위해 내가 먼저 읽으면서 몇권의 감동이 전해져 서평을 쓰는 일에 주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매이저급 출판사지만 이 책이 왜 묻혔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나는 이렇게 묻힌 책을 찾아 읽는 재미가 너무 즐겁다. 두산동아의 세계창작은 예전에도 느꼈지만 두 단계를 연결하는 책이다. 낮은 창작과 이해도를 필요로 하는 만만치 않은 글감이 도 처에 있는 중간단계 의 초입 정도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참 묘한 구석이 있는 책이다. 유아용 도서지만 참 철학적인 책이다. 그 함축된 글 속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훈시가 있고 감동이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감동을 누구나 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속을 들여다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싶어 진다. 다소 철학적인 유아 창작으로 보는 내 시각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좀 예리한 투시력을 가진 사람이면 금방 알아 차릴 정도의 강도를 가진 책이다. 창작 단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시점에 넣어줄 맘이었던 철학동화를 이 책에서 몇권을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마무리 글로 이 책의 빛깔과 감동의 책을 몇권 끄집어 줄 생각이다. 두산동아 세계창작은 대체로 문맥도 좋은 편이고 자아를 성숙하게 이끄는 깊이가 있는 책이다. 그림 기법도 수채화, 세밀화, 유화, 뎃생등 다양한 편이다. 이 한 질의 창작중 내 시선을 끈 몇편의 창작이 있었는데 그 중 이 중 이혼 가정을 다루었으나 너무도 자연스런 흐름과 아이의 밝은 생활상을 엿보게 하는 "아빠와 함께 주말을"이 감동을 주었다. 아빠가 사는 시골 마을로 기차를 타고 온 아이는 창 밖의 아빠를 만난다. 이 책은 압권은 이 말이었다. "엄마는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 한 귀절로 그들의 가정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얼마나 대단한 함축인가! 또 소중한 친구를 두기 위해 때로는 포기할 것들이 있다는 값진 메세지를 담고 있는"로지",혼자사는 외로운 할아버지의 쓸쓸한 꿈이 담긴" 할아버지 의 숲"도 읽으면서 그 외로움이 사뭇히는 글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일깨우는 사소한 감동이 전해져 오는 "귀여운 우리 노타" 소멸 되는 것의 지독한 그리움과 아픔이 전해져 오는 "얼음 궁전" 흑백논리에 화합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화해시키는 "하얀 마을, 검은 마을" 악한 것을 정화 시키고 세상의 벽에 손 내미는 "착한 늑대가 되고 싶은 나쁜 늑대"등 내적 깊이를 다지는 글이 참으로 많은 책이다. 책이란 때론,수준을 가르기 힘든 명상적 물결로 잔잔히 밀려 옴을 이 한 질의 책이 준 값진 결론이다. 언젠가는 읽히고 싶었던 책을 뒤늦게 만난 이 기쁨을 이 아침에 가득 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