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이면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을 더
듬어 보는 것이 익숙해진 일이 되었다.
내 학창 시절 추억의 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7,80년
대의 통기타 가수 양희은씨는 마흔이 넘으니 모든 것들
이 편안해 지고 자기 나이를 받아드리는 여유가 생겼다
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때 그녀의 삶을 바라보는 넉넉함을 내가 그 나이에
이르면 가질 수 있을까 깊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새삼스레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내 유년의 동무들과 겨
울날 자장면집 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어른이 되고 싶
었던 간절함이 떠올라서이다.
그 간절한 세월이 이젠 잡고 싶을 만큼 빠른 화살이 된
것이 자못 쓸쓸한 겨울이다.
그 때는 세월이 아주 더딘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년의 긴 겨울을 달디단 고구마를 삶아 먹다 그것도 지
치면 뒷산에 올라 솔가지를 긁어 모아 감자를 구워 먹던
추억도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한 켠이 되었다.
그리고 어린 내 가슴 속에 땅이라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
았던 듯 나는 땅 따먹기 놀이를 많이 했다.
내 그림자 만큼 늘던 땅 따먹기 놀이는 해거름녘이면 노
을로 지고 말았지만 지금도 나는 내 텃밭을 그리워 한다.
또 밤으로 개 짓는 소리 들으며 언니들과 했던 놀이 중
구구단 외기도 빼놓수 없다.
리듬을 타며 외웠던 구구단은 어떤 필요에 의해서가 아
니라 선생님의 회초리가 무서워서 겨울 방학내 내 발목
을 잡았던 숙제가 아니었나 싶다.
산수 시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나의 초등시절이었던 것
은 왜 그것들이 내게 필요할까 가치를 얻지 못했기 때문
이다.
요즘 우리 아이는 수학동화를 본다.
수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시대적 가치 변화처럼 개화된 그
런 책을 본다는 얘기다.
지난 시절의 수학이 답을 얻어내는 결과 중심이었다면 지
금은 개념을 이해하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과정 중심의 수학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1 더하기 1이 꼭 2가 아니라는 사고의 유연성 까지 배우
는 우리 아이들의 세대는 그래서 희망적이다.
1 더하기 1은 여지 없이 2라고 배웠던 불합리한 사고로
길러진 기성세대는 사고의 융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일상에서 적용 시킬 이유도 없이 배운 수학은 얼마나 덧
없는 학문인가 싶었던 나의 고백도 여기에 있다.
수학동화는 영역확장의 책이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하는 책이어서 유아 때 무
조건 밀어 붙힐 수 없는 장르다.
창작 속에서 숫자에 대한 개념은 나오지만 그것이 왜 그
런 나열을 가졌는가는 나오지 않는다.
단순 인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히면서 가장 딜레마로 남았던 것이 수학동화였다.
그래서 조금은 욕심을 내서 우리 아이에게 읽힌 수학동화가 세질이다.
어떤 책이든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세질
의 수학동화가 아까울 까닭은 없다.
우리 아이가 첫번째로 읽은 수학동화가 웅진 꼬마수학 이다.
웅진 꼬마 수학은 세질의 수학동화 중에서 가장 창작적
성격이 강하다.
수학의 뼈대를 세우는 선을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이 되
는 책이다.
가장 기초적이며 읽는 재미를 주는 창작적 수학동화이다.
하지만 이 책으로 수학의 뼈대를 세운다는 기대는 일찍
이 접을 필요가 있다.
엄마가 핵심을 꼭꼭 씹어서 주지 않는한 이 책은 아이에
게 창작동화로 기억될 여지가 많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분명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는 리듬 있
는 책이다.
다음으로, 수학동화의 고전이 된 씽크몰 수학동화이다.
이 책은 출판사 이름이 여러번 바뀌고 권수도 늘면서 지
금까지 저렴하게 남아 있는 수학동화이다.
웅진 꼬마에 비해 수학동화의 냄새가 많이 풍기는 책이
다.
편집 상태가 덜 세련되기는 했지만 창작적 재미도 있고
수학적 개념도 적극적인 방법론으로 풀어내고 있다.
유아들이 보기엔 좀 어려운 연산 부분도 적지 않게 있는
책인데 이 책도 울 딸은 재미있게 본 책이다.
가격 대비 얻어지는 것이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앰아이 수학동화(구 퍼킨스 수학동화)이다.
앞에 두질의 수학동화를 합한 책인듯 싶기도 하지만 가장
수학적인 책이다.
수학이라는 개념를 가장 수학적으로 접근 시킨 책이다.
물론 생활 이야기들을 끌여 들여 주제를 풀어 가지만 앞
에 두 질을 본 우리 아이 경우 반복이 자연스럽게 들어간 책이다.
주제별로 나누어진 엠아이 수학동화는 자연스런 흐름과
인위적인 흐름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창작을 바탕에 두지만 수학이라는 인위적 목적에 도달
하기 위한 장치가 분명한 책이다.
하지만 그 인위적 목적을 둔,분석력,관찰력,공간지각력,
사고력,인지력,변별력이 창작처럼 아이에게 거둘 수 있
는 풍작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아이는 스스로 취할 것만 가지고 가는 것이
다.
그래도 성공을 거두는 책으로는 손색이 없다.
결국 수학동화를 접해줄 때도 반복이 중요하고 생활 속
에서 보여 주는 것이 값진 연결 고리가 될 것이다.
수학동화에서 얻어지는 것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원목
교구나 블럭에서도 연결이 된다.
그런면에서 나는 수학동화나 원목,블럭,퍼즐 놀이가 단
순 놀이가 아님을 체험한 셈이다.
이것들은 상호보완의 관계로 아이의 두뇌를 개발해주는
의미 있는 것들이다.
내 삶에서 학문의 즐거움을 빼앗은 수학을 우리 아이는
놀이로 창작적 수학으로 접하는 오늘이 새삼 부럽기까
지 한 시대적 변화를 느끼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