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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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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꾸는 꿈


BY 생각하는 이 2003-08-24


      그 해 여름의 햇살은 이처럼 눈부셨을까 !

      손 끝으로 금새 빗줄기를 쏟아 낼 수 있을 만큼
      하늘이 푸르게 깊어지면 내 생각의 깊이도 걷잡을 수 없게 커가는 것을 느낀다.


      가냘픈 허리를 휘감고 태초의 모성으로 씨를 키워가며 햇살을 애무하는
      나팔꽃을 보면 나는 지난 그리움으로 몸서리를 친다.

      헤어짐이라고,
      그래 그 여름을 떠올리기 충분한 나팔꽃으로도

      나는 절실한 추억 앞에 서 있다.

      차라리 강둑이 아니라 저수지같은 느낌이 드는 산자락 아래에

      그와 내가 그 여름 날 풋풋한 젊음으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시집 한권이 있었으며

      사색의 깊에 물들었던 나는 철학책을 쥐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도 그 때 그의 모습을 흑백 삽화처럼 간직하는 것은

       그 시절이 아름답고도 슬퍼서 일 것이다.

      그를 어느순간 놓아버린 어설펐던 헤어짐이 세월이 지난 후에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결코 지금의 현실이 아파서도 아니고

      돌이켜 가고 싶은 것은 더 더욱 아니고

      그저 한 시절을 추억하는 내 감성속에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일 뿐이다.

      그날 그와 내가 나누었던 사소한 얘기들이 세월이 지난 후에도

      오래된 필름처럼 흐리게 왔다가 사라지는 것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며, 세상에 대한 내 아픔 때문 일 것이다.

      세상에 지쳐갈 때 한 번쯤 뒤돌아보고 싶은 시절이 있다면

      학창시절 일 것이고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는 사람 때문 일 것이다.

      누구나 그 아름다운 시절을 가슴에 묻고 살지만

      아무 때나 꺼내 볼 수 없는 비밀스러움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세계로 가는 것은 휴식같은 것이다.

      나는 그 해  여름에 그가 내 손목에 토끼풀꽃으로 만들어 준

      꽃팔지와 꽃반지를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이면

      도지는 병처럼 용케도 기억을 해냈다.

       

      그리고 그가 불러 준 편지라는 노래도......

       

      오늘같이 귀뚜리가 피울음으로 가을을 토해낼 때면

      듣지 않고선 못견디는 어니언스의 편지를 들으며

      그 해 내가, 또 그가 꾸었던 한 시절의 꿈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