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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 출세를 하든지...돈을 벌든지...


BY 나의복숭 2003-09-25

은행을 갔다.
돈이 많아서 맡기러 간다거나 아님 맡겨놓은돈
찾으러 가면 얼마나 좋겠나만
폰뱅킹을 할려니 인증서를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고
오라가라하니 서민이 어쩌남.
하라는데로 도장들고 민증들고 가야할밖에...
사실 요새는 별로 은행을 갈일이 없다.
내가 워낙이 똑똑해서(우엑~~)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으로
일 처리를 하다보니 그렇다. ㅎㅎㅎ
사실 내 나이 된 사람들 촌스런 고지서 들고 세금 내러
가는분들 많다 뭐.
그래서 내 기준으로 똑똑하다한거니 오해마시길...하하.

번호표 처억 뽑아드니
내 앞에 웬 사람들이 이리 많누.
대충 어림잡아도 한 20분은 기다려야 할거같다.
할수있나.
의자에 한쪽 엉뎅이 쪼그리고 앉았지.
책보면서 휴대폰으로 오는 전화 받아가면서 순번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부티가 물씬풍기는 30대 여자분이 처억 들어온다.
팔지. 귀거리. 목걸이가 눈이 부시고
양손가락 반지에다 발목에 발찌까지 해있다.
옷벗으면 배찌까지 없을라나 몰라.
샤넬 핸드빽이 유난히 돗보이는데
창구 뒷자리에 앉아있든 과장이 잽싸게 인사를 하며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그녀는 당당하게 들어갔다.
물론 내처럼 촌시럽게 번호표도 안뺐다.
에구구...그저 있고 볼일이여.
배아파서 하는 소리는 아니고 사실은 부러버서 하는 소리다.
돈 있으면 이렇게들 옆에서 척척 알아서 해주니
얼마나 편하나 말이다.
그러니 억울하면 출세를 하든 돈을 벌란 소리인 모양이다.

나는 아직 번호가 뜨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벌써 볼일을 보고 나온다.
그냥 곱게 나가믄 어디가 덧나나.
앉아있는 사람을 휘익 한번 둘러보는데
표정이 꼭 약올리기 좋을만한 표정이구만.
눈을 살짝 내리깔고 옆눈으로 슬쩍보며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사라지는데 향좋은 냄새가
그녀의 휘날리는 옷자락에 슬쩍 밀려온다.
내 옆의 여자가 곱지않는 시선으로 그녀를 홀겨보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쓴웃음을 짓는다.
번호표 쥐고 있는 우린 뭐냐는 표정이다.
할수없지 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피트가 나란히 있는데
우리쪽 아파트는 작은 평수의 조금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고
마즌편쪽 아파트는 큰평수의 여유있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다.
낡은 소형차. 트럭들이 대부분인 우리쪽 아파트와는 달리
큰평수의 아파트 차는 대형차가 대부분이고 트럭같은건 보이지 않는다.
횡단보도를 건널때마다
이쪽으로 안가고 저쪽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쓰잘떼기 없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치졸하다고 스스로 생각해보지만 맘이 그리되는걸 뭐...
넉넉하다고 생각했든맘이 어떨 때 보면 너무 옹졸스러워
내 스스로 얼굴이 붉어질때가 많다.

큰 아파트 입구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하얀차가 멈춰져있고 그 옆으로 낡은 자전거가 쓰러져 있는데
차에서 내린 아줌마가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중학생인듯한 애가 그 아줌마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자전거에 받쳤는지 차에 가느다랗게 기스가 나있었다
'너 어쩔래? 차를 이렇게 긁어놓았으니 물어내야잖아?'
얼굴이 벌개서 앙칼지게 소릴 지르는 그녀를 보는순간
아.. 좀전 은행에서의 그 아줌마구나....생각이 났다.
아마 자전거를 탄 그 소년이 잘못했나보다.
보통은 저렇게 되면 애가 안다쳤나 사색이 된 얼굴일껀데...
'잘못했어요'
반바지를 입은 애는 무릎쪽이 긁혀 찰과상을 있었음에도
잘못했다고 빌기만하는데...
애를 째려보는 그녀의 얼굴은
조금전 은행에서 보든 오만할정도로 여유만만한 모습이 아니라
저승사자 언니같은 앙칼지고 표독스런 모습였다.

계속 소프라노 음성으로 소리를 지르며 삿대질을 하는 그녀에게
허름한 옷을 입은 아저씨가
'아지매 책임도 있으니 아무소리 말고 그냥 가슈'
한마디 하자 마자 날라오는 그녀의 날카로운 소리.
'내 책임이라니 왜 내 책임이야? 아저씨가 왜 간섭이야'
결국 애는 뒷전이고 엉뚱한데서 언성이 높아지며
왜 반말을 하냐는 소리로 싸움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차림에 가진자의 오만이 풍겨왔는지
다른 아저씨가 옆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애를 향해
'얘! 너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하냐? 들어누워버려.
저런년은 혼쭐이 나야해.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네'
고함을 지른다.

고개 빼며 보다가 파란불이 와서 길을 건넜기에
결말은 어떻게 난지는 학실히 모르겠다.
계속 그녀가 뻣대며 싸움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갔는지는....
애가 잘못했드라도 저리 죽은죄 지은 듯 사과하면
그냥 받아줘야하는거 아닌건지.
차랑 사람이랑 부딪치면 잘했든 잘못했든
무조건 차가 더 책임이 크다는게 평소의 생각이니...
그애가 어린애였기에 다행이지 마음나쁜 사람한테 걸리면
덤터기를 쓰는게 교통사고 아닌가?
상대가 잘못해도 빡빡 우기면 쌍방 과실로 판결나는걸
많이 봤으니 말이다.

세상을 어렵게 안살아서 그런가?
은행 같은데 가서 번호표 빼들며 지루하게 기다려 보지도 않고
모든 일상에서 뭐든 말만하면 척척 해주니
상대의 어려움을 모르는건지...
그래도 글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며
내가 언제 어느때 상대의 위치가 될지 모르는게 인생사인데
조금 손해보는 기분으로 살면 서로 다 편한게
세상이치 아닐까?
슬쩍 쳐다봤든 차종이 하얀색 에쿠스라 더 그런맘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남의 사정 속속들이는 모르지만
젊은 30대의 여자가 그정도의 대형차를 몰며
은행에서 대접받는 위치에 있다면 나보다 못한자에게
조그마한 아량이라도 베푼다면 얼마나 더 이뻐보이랴.
모르지....
그녀 나름데로 또 다른데선 기부금 팍팍 내면서
선행을 할지는....
참으로 씁쓸한 삶의 모습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