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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 부모는 다 이렇게 속으면서 늙어가는지...


BY 나의복숭 2003-09-24

요즈음은 군에간 아들이 휴가를 와있다.
자그마치 8박 9일이다.
첨 훈병시절이나 일.이병 시절때는 아들넘 휴가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이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렸었다.
누군가가 고참되어서 자주 휴가를 오면
그땐 지겨울정도라고 얘길했는데
그때마다 난 안그렇다며 일소에 붙였었다.
근데 인제 그말의 의미를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세상에 어느 자식이 안귀하겠나만
줄줄이 딸낳고 얻은 아들이라 어미로서는 너무 애틋하고
또 막내니까 내가 더 끼고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들넘역시 지 애비가 마마 보이라 할정도로 어미라면
끔뻑 죽는 시늉을 했었다.
쳐다만 봐도 좋았고 흐뭇해서... 모자관계보담은
가까운 친구처럼 그렇게 지냈는데....

첨 입대했을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세상이 깜깜했고 밥맛도 없었고 노래 가사처럼
앉으나 서나 아들생각뿐였다.
첫편지 왔을때의 감격을 잊을수가 없다.
누가 옆에서 불러주기라도 한듯 또박 또박 쓴 간단한
안부편지를 받고서 또 얼마나 울었든가?
매일 일기쓰듯 편지를 보냈었다.

근데 첫휴가를 시작으로 심심하면 포상 휴가라며
집에를 왔다.
당연히 첫 휴가때는 있는거 없는거 다 해먹었지.
두번째부터는 있는거만 해먹였고 없는거는 안해먹였다
그담은 한가지씩 줄다가.....
얼마전에 또 휴가를 왔기에 하는말
'아이구 너 또 휴가 나왔나?"
당연히 밥상은 평소의 우리 먹는 그데로...


사실 아들이 휴가와도 집에는 거의 붙어있질 않는다.
친구 만나 선배 만나 후배만나 만날 사람은 어찌나
그리도 많은지....
죽어나는건 내가 아니라 돈이었다.
첨엔 당연히 기분좋게 줬다.
달라 하기도 전에 돈이 필요하지 싶어서 줬는데
짬밥을 먹는 횟수가 많을수록 이넘이 점점 더 뻔뻔스러워지는거라...

'어머니 오늘 선배 만나는데요'
이소리는 바로 돈달라는 소리다.
도데체 이넘 만나는 선배나 친구 후배는 돈도 안가져 댕기는지...
'얘. 군바리가 뭔돈있다고 니가 내니? 너도 좀 얻어먹어봐라'
어미로써 치사한 소리까지 다 나온다.
학교 다닐때는 군에 있는 선배 나온다고 밥사주고 술사주러 나갔는데
지가 군에서 휴가 나올때는 왜 사주는 사람이 없는지...
뭔가 인성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지 슬몃 걱정이 되기도 한다.

3박4일 휴가나온게 얼마 안됐는데 또 이번에 8박9일을 나왔으니
빈대도 낮짝이 있다고 지넘도 이번에는 돈달라기가 좀 미안한지
알바이트를 하겠단다.
그렇지만 한 일주일 할 알바가 그리 흔한가?
실력은 없어도 훤한 간판땜시 집안의 고3짜리가 속성과외를
부탁하니 짬밥 먹는다고 다 까먹어서 고3은 벅차단다.
실력없어 못한다니 솔직해서 좋다만.

군에서 노가다 많이 했다고 노가다 뛴다는데 이 더운날
잘못해서 더위라도 먹는다면 배보다 배꼽이 크니
아예 못하게 할밖에....
그러니 이탓 저탓 다 빼니 돈은 어쩔수 없이 내 주머니에서
나갈수밖에 없다.

군에선 10시 취침이고 6시에 기상이라는데
집에서는 완전 반대다.
지멋데로다.
첫날은 일찍 일어나서 청소기도 밀고 빨래도 다려주드만
이튼날부터는 안나가면 집에서 먹고 자는거다.
6시 기상?
눈뜬 기상이야 하지.
글치만 지 애비 나가고나면 바로 취침시간인걸.

나갈때 돈달라는 소리는 이제 지넘도 미안한지
아예 빌려 달란다.
'어머니 5만원만 빌려 주세요. 나중 이자쳐서 갚아 줄께요'
이자쳐서 갚아주는거 좋아하네.
지 마누라하고 작짜꿍해서 어미 내치지만 않으면 다행이겠다.
오늘 아침에는 나가면서 하는말
'어머니 투자 좀 하세요'
'뭔투자?"
'일단 아들을 믿고 투자를 하시면 노후에 그 몇십배가
돌아옵니다. 그것만치 확실한 투자가 어딧습니까?"
'에라이 이넘아. 젤 못믿을 투자다'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결국 또 5만원 불확실한 투자를 했다.


'너 이번 휴가마치면 제대할때나 휴가 오겠네"
'아니요. 포상 휴가 또 한번 타먹을꺼 남았어요'
'에구에구...도데체 니가 뭐 잘났다고 포상이
뭐 그리 많냐? 국세 낭비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아들넘 귀대해서 전화가 며칠만 안와도
안절 부절인게 어미 맘이지...
요새는 군대도 옛날하고 달라서 고참되면 전화도 맘데로
할수있다.
덩치만 덩그랗게 크지 아직 철딱서니가 없는 아들.
KT카드 수신자 부담으로 온갖데 전화를 해재껴서
전화요금이 장난이 아니다.
근데도 피엑스도 없는 전방 소초라 전화가 유일한 낙이라니
말릴수가 없다.
인제 말년병장이니 반년만 있슴 제대를 하게된다.
재대하면 지말마따나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니
속는셈치고 또 믿어볼밖에....
자식넘은 다 이렇게 자라고
부모는 다 이렇게 속으면서 늙어가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