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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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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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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킹 100% 부조건 책임짐


BY 나의복숭 2003-09-24

친정 조카와 오랫만에 명동엘 나갔다.
왠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대한민국 사람들 다 모아놓은거 같다.
사람 사이를 요리 조리 피하면서 걸어가는것도
재주인지 조카넘은 잘도 피해가는데
나는 노상 앞사람하고 부딫쳐서
'미안함다' 소릴 연발해야 했다.

조카가 사준 맛난 점심 먹은후
배불러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말끔하게 생긴 젊은 사람들이 이쪽 저쪽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피해가는 조카넘에게는 억지로 쥐어주는데
나한테는 안주고 그냥 지나친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계속
조카에게는 고개 숙이며 주고 나는 안주고...
슬며시 기분이 나빠진다.
우이씨~ 왜 난 안주는거여?
그게 아무런 쓸모가 없는 전단지라도 글치
왜 사람 차별하냐 말이다.
'얘. 그거 뭔 전단지니? 왜 같이가는데
너만 주고 난 안주는거야?'
푸념하는 내 말듣든 조카넘 마구 웃는다
'왜웃어?'
'고모. 저 사람들도 눈이 있거든'
'뭐?'

아니 이넘 봐라.
고모를 놀리는거여? 뭐여?
웃는 조카넘을 한찰 때릴려는데
손에 쥔 전단지를 날 보라고 내민다.
'고모가 이런거 받을 자격있어? 있어?'
자격? 아니 전단지도 받을 자격 있어야 주는거여?
약빨 올리는 조카놈 손에서 전단지를 확 뺐어서 보니
어이구....
부킹 100% 무조건 책임 짐. 영계 항시 대기
웨이트 7번 조다구.
요렇게 씌여있다.
7번 조다구?
이름도 참말로 엽기적이네.
조따구가 아닌게 천만 다행이구먼.
이런 전단지니 나이 먹은 나한테는 줄택이 있나.
줘봤자 시간낭비 종이낭비 에너지 낭비..
그래서 안주는 모양이고 젊은 조카넘에겐
굽신거리며 주는 모양이다.
칫~
에구 기분 더러버~
역시 젊고 볼일이여.
약올리는 조카넘 손에 전단지를 다시 팍 쥐어주며
'그래 잘났다. 요런거 받을 자격 있어서...'

조금 지나가니
어렵쇼. 이번에는 어떤 아줌마가 나한테 명함을
억지로 쥐어준다.
당연히 조카넘에게는 그냥 지나치고...
'나도 받았다. 봐라 봐라....'
이번에는 내가 약을 올리며 명함을 보여줬다.
일수찍고 또 찍고. 싼이자. 당일대출. 어쩌구 저쩌구...
에이~ 기분나빠.
난 이런거 받을 자격밖에 안되는 모양이다. 흑흑.

'고모. 신발 하나 사드릴게. 여기 들어가'
번쩍거리는 구두 가게 앞에서 조카가 한말.
'싫다. 신발 선물 받으면 헤어진다드라'
'아...그럼 더 사야지... 그래야 고모하고 빨리 헤어지지'
안들어갈려는 날 마구 밀면서
억지로 가게로 데리고 들어간다.
내가 뭔 힘있나?
못이기는척 따라 들어갔지비.ㅎㅎㅎ

샌달- 이쁜것도 많다.
가격표를 보니 흐미~ 쌀한가마값 보다도 더 비싸다.
슬몃 놓는데
'고모. 맘에 드는거 사. 나 가진게 돈 밖에 없잖아?'
괜히 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우스개 소리까지 한다.
다른걸 봐도 가격이란게 전부 도토리 키재기다.
안산다 해봤자 조카넘 성질에 그냥 나갈리 만무하고
에이 모르겠다. 사자 사. 사서 남주나.
결국 샌달 한 켤레 샀다.
핸드빽까지 사줄려는걸 기겁을 해서 말렸다.
빈대도 낮짝이 있지...

'고맙다. 잘 신을게'
'에이..무슨 소릴.... 우린 고모한테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옛날
조카가 부산의 해양대학을 다녔다.
주말마다 외출이나 외박을 나왔는데
집이 있는 서울을 못가고 항시 고모가 있는
대구에를 왔다.
한창 혈기 팔팔할 때니만큼 돈 쓸때가 얼마나 많으랴.
등록금이면 등록금.잡비면 잡비.
열번이면 얼번을 웃으며 줬다.
그땐 여유가 있었음으로 남편 알게도 주고 모르게도 줬지.
혹 조카가 고모 돈 받을때 미안하게 생각할까봐
'이거 공돈 아니야. 나중 니들 잘살면 고모 먹여살려야해. 알았지?'
그랬는데....말이 씨 된다는 소리가 맞는가?
오늘날날
고모가 요모양 요꼬라지가 되어 엄청 잘살게된 조카들로부터
얼마나 큰 배품을 받는지....
그때 '고모 먹여살려야 해...' 소릴 안했으면
지금쯤 내가 달리 되어있을까?

전철역까지만 태워줘도 되는데
드라이브한다며 집에까지 억지로 차를 태워준다.
'고모. 오래 살아야해'
내리는 내 뒷통수에 대고 조카넘이 하는말.
아이구 내가 벌써 이런 소릴 듣는 군번이 되었구나.
오래 살아라고.... 그래 오래 살아야지....오래..오래...

갑자기 돌아가신 오빠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