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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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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에구....누굴 탓하랴~


BY 나의복숭 2003-07-26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넣었다.
잘먹고 잘살지도 않는데 뭔넘의 쓰레기는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믄
,쓰레기봉투값 좀 아껴보겠다고 몇날며칠 쓰레기를
쪼그만 쓰레기봉투에 한꺼번에 넣어서 버리니 글치...ㅎㅎㅎ

봉투입구에 그만 담으라는 눈금이 있기나 말았기나
손으로 발로 꾹꾹 눌러 빵빵하게 터질정도로 만들었지비.
냄새나니깐 빨랑 내려가서 버리고 와야지.
씩씩하게 들고선 더워서 문열어놓고있는 옆집을 재빨리 지나치는데
앗싸~ 눈도 밝은 새댁이 총알보다 더 빠르게 나를 부른다.
"아즘마. 아즘마. 잠깐만요"
발음이 항상 아줌마도 아닌 아즘마다.
"하이"
영어인지 일본말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하이로 대답했다.
얼음물이라도 한잔 줄려나? (에구 바랠걸 바래라~)

"쓰레기 비우러 가시죠?"
"맞습니다. 맞고요"
노통이 쓰믄 폼 나든데 내가 쓰니 폼은 고사하고 키득키득
웃음만 나오구만...
"내려가시는김에 요것도 좀 버려주실래요?
그리곤 자그만 봉투를 손쪽으로 밀어준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다.
애구 애구.... 누굴 탓하랴.
첨부터 길을 잘못드린 내 탓이지.

새댁이 애기를 낳고 몸조리를 할 때
현관앞에 쓰레기봉투가 몇날며칠 나와있었다.
종이 기저귀를 사용하니 그 량이 좀 많으랴.
새댁 남편이 출근하며 들고 나가긴 하는거 같은데
우찌된셈인지 내가 쓰레기 들고 나갈때마다
또 수북하니 쓰레기 봉투가 나와있는거라...
나도 딸가진 입장에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그래. 아직 부기가 안빠졌으니...
하나 둘씩 내다 버려주기 시작했다.
내가 맘이 좋아서?
무슨 그런 실례의 말씀을....
내가 요렇게 버려주면 나중 혹 내딸도 이런 경우를 당했을 때
누군가가 버려주지 않을까싶은 계산적인 생각이지.

한달 두달...
처음엔 거의 매일 버려주다싶이 하다가
새댁이 몸조리를 끝난후는 당연히 졸업을 했지비.
근데 이넘의 새댁이 그날 이후로 날 물로 봤는지
심심하믄
'아즘마...내려가는김에...."
쓰레기뿐만 아니다
내가 슈퍼에 간다면
"아즘마..가는김에 두부 한모만 사주실래요?"
가는김에...가는김에...
애기때문이라니 어쩌남.
외할머니된 심정으로 또 들어줬지.
(앗 참 그저께 두부값 안즉 안받았네)

아침에도 빨리 지나칠려고 했는데 들키고 말았구만.
"에구 음식물 쓰레기네"
"봉투 튼튼해서 물 안흘러요"
물 안흐르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넘의 음식물 쓰레기 버릴려면
냄새나는 뚜껑 손으로 열어야하고 쏟아붓고난 봉투를
또 다른곳에 옮겨야 한다.
속으로 '이너무 가스나. 지는 팔없나" 싶지만
뒤쪽에서 아장 아장 걸어나오는 애기를 보니
도리가 없다.
"알았어"
대답하며 받는 내 얼굴이 조금은 떪었나보다.
"난 아즘마가 꼭 울 친정옴마 같아요"
그말 한마디에 정신이 또 헤까닥~
"아이구 그려 그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말이 이런때인갑다.
좀전의 떫었든 표정은 간곳없고
룰루랄라 노래 부르는 기분이 되어
얼른 엘리베이트를 탔지비.
울 딸도 나중 이웃 아줌마에게 저런 소릴 할수도 있다 생각하니
갑자기 어깨에 힘이 났다.
내가 먼저 보시하는거지 뭐.
요럴때는 성질 더러븐 내가 완전 부처님이 된다.
(부처님도 안믿으면서...)

날씨는 찌부등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날라갈거 같다.
이러니 뭐든 생각하기 나름 맘 먹기 나름인게지.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보내야지...
아 참 이넘의 새댁. 왜 그저께 두부값 처넌 안주는게여?
달라할까? 말까?
그거시 문제로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