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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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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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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시라? 대구가 시골이라고?


BY 나의복숭 2003-07-16

얼마전
그날도 비오는날
울동네 미장원에 가서
지붕 개량아닌 머리 개량을 하고 있었다.
곧 날씨도 덥고할꺼니 좀 짧게 커트를 부탁하고선
얌전하게 의자에 앉아있는데
아가씨가 상냥하게 물었다.
"어디 가시는 모양이죠?"

그날 부모님뵈러 대구를 갈려는 중이라
"네 대구가요"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람마다 자신의 고향 얘기가 나오면 신바람이 나고
말에 힘이 들어가잖은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기에
대구 사람만 보면 반갑고 대구 이야기만 나오면 좋고
대구...대구... 꼭 개가하며 두고온 자식 새끼마냥
대짜 소리만 해도 눈물나도록 그립다.
그게 지역감정이라고 도맷금으로 몰아붙여도 좋다.
말 그대로 좋은걸 어떻해.....어떻하냐구....ㅎㅎㅎ

근데...
내가 대구 간다는말을 자랑스럽게 하자
미용사가 탁 받아서 하는말 좀 보소.
"어머. 시골에 가시는군요"
뭐시라~ 대구가 시골?
참말로 열이 팍 올랐다.
열오를것도 아니지만 나는 천성이 희안한 여자라서
별거 아닌거에 열이 잘 오른다.

아니 지금 이곳이 어딘가?
울나라 수도 서울도 아니고
경기도 한구석의 쪼끄만 도시 의정부 아닌가?
근데 의정부에 사는 사람이 대구가 시골이라고 말하니
어찌 열이 안나겠는가?
"아니 대구가 왜 시골이유? 여기 의정부가 시골이지"

나 그날 약오르고 열나서 죽는줄 알았다.
대구가 시골이라고 빡빡 우기는 그녀땜시....
아니 대구가 왜 시골인지 지도를 펴놓고 봐라.
옛날엔 울나라 교육의 도시라고 손 꼽혔는데
우쨔다가 대구가 의정부사람이 시골로 부를정도로
후퇴했는지....흑흑.

''아가씬 어디 사우?"
"저요? 전 장암동 사는데요"
하이구~
장암동이믄 울 대구로 치면 변두리 중의 변두리구만.
근데 간 크게도 대구를 시골이라 불러?

사실
대구는 소비도시다.
분지로 쌓여있어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엄청 춥지만
사람들의 의식수준이라든지 유행은 서울 사람
저 나가놀으라다.
진짜다.
대구의 요지인 동성로 거리 나가보면
서울 청담동 못지않다.
의심스러운분은 가보시라. ㅎㅎㅎ

그 아가씨와의 결론은 어찌됐냐고요?
죽어도 대구가 시골이라고 빡빡 우기길레
"내 머리 털나고 대구가 의정부보다 못한
시골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오늘 첨보네"
그리고는 쩝~
결론을 맺었지비.
계속 내가 우겨봤자 혹 그아가씨가 밉다고 내 머리
재단 잘못할까봐....
하긴 뭐 입씨름 해봐야 밥이 생기나 돈이 생기나
그래서 스톱했지뭐.
근데 마지막으로 하는 그 아가씨말.
"정들면 고향인데 아줌마는 아닌가봐여.
의정부 살면 인제 의정부 시민이잖아요?"

맞다
그말은 맞다
근데 난 이상하게도 그게 안되니....
의정부 시민이라고 어디 어디 오라고 해도
난 진정한 의정부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여
한번도 가본적 없다.
글고
또 내가 아무리 의정부사람이라고 우긴들
내 말투에서 벌써 경상도쪽이라는걸 아니 어쩌겠남.
밉다하니 업어달라하나.
옆에 저승사자같이 생겨먹은 잉간이(사실은 미녀였슴)
"대구사람들 성질 급하고 참 더러운 사람 많아요"
요렇게 거드는 바람에 내 인내심 시험하느라 혼났다.
참느라고....

뭐 내 성질 더러븐거야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그거야 내탓이지 어디 대구탓인가?
근데도 그말만큼은 열내서 빡빡 못우겼다.
괜히 내 땜시 어매한 대구사람들 다 성질 더럽다고
''그봐..그봐''
요렇게 도맷금으로 단정지울까봐 눈물을 머금고
입 다물었지.
단지
''대구 사람이라고 다 성질 더러운게 아니고요
그런 사람은 어디나 다 있지요"
열 삭이며 조심 스럽게 말했는데
속으로는 뭐 저런 잉간이 다 있어, 콱~~~~~~~`
그랬지비. 하하.

비오니 고향생각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