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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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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해줄께.. ''


BY 올리브 2003-09-25

낮근무가 정신없이 끝나가고 집에 도착하니 다리가 후들렸다..

유난히 검사후 간호가 많아서 다리가 쑤셔댔던거다..

얼른 대충 씻어내고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누워 버렸다..

 

그리다.. 싸하게 돌려대는 배아픔 때문에 침대에서 겨우 일어섰다..

화장실로 겨우 들어서는데 아까의 통증보다 더 세게 내 배를 쳐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소릴 질렀고 시험준비중인 동생이 뛰어나왔다..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미련스런 억지를 부리다 결국 동생이 119를

불렀고 광고 하고는 다르게 한참만에 도착한 119를 타고 내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 어머.. 너.. 아까까지 괜찮았잖아.. 많이 아파? 너 아까 식당에서

   바쁘다고 많이 먹지도 않더니.. ''

 

선배 간호사가 걱정스럽게 물어 올때도 난 말 한마디 할수 없을정도로

질려가고 있었다..

 

기본적인 검사가 치뤄졌고 내 복통은 극에 달했다..

 

'' 야.. 너 꼭 임산부가 애 낳으러 온거 같다.. 좀 참아.. 너도 알잖아..

   통증 원인이 밝혀져야 진통제를 쓸수가 있잖아.. 어쩌니.. ''

 

나도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인데 어찌 그게 조절이 될수가 있단 말인가..

 

그 와중에도 환자가 도착하면 환자에 대한 history 를 알아내야 하는

우리 인턴 선생님들은 직원이라고 더 자세히 물어대기 시작했다..

같이 아는 처지에 난 짜증도 맘대로 낼수없고 입 다물고 동생한테

일러줬다.. 근데 날 더 챙겨준다고 인턴 선생님이 물러나더니 그 담으로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차례차례 내 흔적에 대해 물어대기 시작했다..

 

이럴땐 이런 친절이 아무소용이 없었다..

 

몇시간이 지나서 통증이 어느정도 조절되자 아침근무 간호사들이

들이 닥쳤다.. 당장 병동에 혼란이 일고 있었다..

나로 인해서 근무번표가 변동사항이 생겼고 미안한 일이었다..

우리네가 하는일이 몇분간의 지각도 있을순 없고 이렇게 간혹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선 말할수 없는 죄인의 심정이란걸 어찌 모르겠냐구..

 

근데.. 난 차라리 빨리 입원해야 한다는 order 가 떨어지기를 바랬고

어느정도 정신이 들자 검사결과를 물었다..

몇년 년차가 불어나면서  병원근무가 익숙해지자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날 그렇게 도망치게 했었다..

 

그리고 ..

과장님이 직접 방문하시고 입원하라는 order 를 내렸고 난 우습게도

갑자기 오늘 근무를 안해도 된다는 해방감에서 잠시 홀가분 해졌다..

 

운좋게도 내가 근무하는 병실에 자리가 비어졌고 2인실로 올라갔다..

 

씩 웃으며 괜찮냐고 물어오는 동료간호사들과 수선생님..그리고..

날 알아보는 환자들은 보면서 쑥쓰러워졌다..

 

근데 ..

문제는 ..

다른데서 일어났다..

 

급성장염이라 첨에 고열이 나는데 그럴땐 열이 나는 흐름을 잡기위해서

금식과 대신 링거액으로 보충해야 하는데 링거액에 칼륨이라는 전해질을

함께 mix해서 맞아야 했다.. 그 물질이 혈관을 통과할때 찌릿한 통증은

환자들이 호소하는 불편감중 하나였다.. 그리고 친절한 의사님들 덕에

영양제까지 추가로 달고 나니깐  내 혈관이 버텨나지 못했다..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던 나였지만 실제로 맞아보니 통증도 통증이지만

혈관이 자꾸 탄력을 잃어서 하루에 두번씩 혈관을 찾아 교체해야 했다..

 

입원 첫날은 또 열을 두시간 간격으로 체크하라는 order 때문에 잠들만

하면 문 열고 들어오는 밤 번 간호사 때문에 제대로 잘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두시간 간격으로 체크해서 담당 간호사한테 건네줬고

이래저래 고역이었다..

 

아는 의사들은 수시로 들락 거리면서 괜찮냐고 회진을 추가로 돌고

난 망가진 머리 모양새가 민망해져서 누웠다가 들이 닥치면 얼른 또

일어서고.. 

 

금식 환자들한테는 섭취량과 배출량을 체크해야 하는데 간호사가 먹은양을

묻고 답하는게 귀찮아져서 난 아예 일일이 계산까지 해서 담당 간호사한테 

건네줬더니 하는말이..

 

'' 야.. 니가 입원하니깐 일하기 너무 편하다.. 알아서 니가 더 체크하니깐

   말야.. ''

 

맞는 말이긴한데 난 이런 입원기간 동안 몸이 더 피곤해졌다.. 그래서

얼른 이곳을 탈출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 회진때 기다렸다가 물었다..

 

'' 저.. 퇴원해도 되지 않을까요? 내가 집에서 이거 맞고 보고하고.. ''

 

'' 암튼. 알만한 사람이 더한다니깐.. 우선 며칠 더 지켜보고.. ''

 

낮엔 답답해서 링거액 들고 돌아다니다 다른과 선생님과 환자들이

아는척 해와서 그것도 지겹고 암튼 쉬고 싶었던 난 빨리 이런 이중적인

생활에서 빠져 나오고 싶었다..

 

드디어 퇴원하는날..

 

난 .. 환자에서 다시 간호사로 옷을 바꿔 입으면서 입원환자들에 대한

내 맘 가짐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

밤근무를 할때도 조심스럽게 걸어다니게 되었고 병실문을 열때도 행여

나땜에 환자들이 깰까봐 조심하게 되었으니깐..

 

의사도 아플수 있고 간호사도 아플수가 있는건데 그동안 너무 잘난척

아는척만 하고 살았던건 아닌지 한동안 병원근무가 어색했다..

 

다신 아파서 입원하지 않고 살아야지.. 근데 그게 맘대로 되는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