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주말 차량 운행 전면 금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10

여자의 일생


BY 올리브 2003-09-24

간호대는 너무나 조잡하고 우울한 일 투성이었다.

빡빡한 강의시간도 그렇고 같은 또래들이 낭만 어쩌구 떠들어 댈때도 숨막히게

짜여진 실습표에 의해 생활해야만 하는 고시원 같은곳이 그곳에 있었다..

 

그날도 실습이 있던날 이었다..

임상실습중 하나인 보건소 실습이 있었는데 분만이 예정된 모자보건실 에서의

드라마같은 일들이 많아서 조금은 긴장된 실습이었다..

다만 병원에서의 숨막히고 아찔한 경험을 많이 겪었던터라 보건소에서의 실습은

나름대로 여유가 있었다..

 

분만과정을 첨으로 지켜보던날 .. 그후 난 길거리에서 아이를 손잡고 걸어가는

여자들을 볼때면 엄청난 전쟁을 치뤄낸 전쟁용사 같아서 한동안 멍하게 그들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었다..

 

제법 키크고 날씬한 배가 어지간히도 부른 여자가 걸어들어 왔다... 곧 준비를

하라는 order 를 흘려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되게 어려보인다고 생각했었다..

의외로 예상보다 진행이 잘되어 분만은 수월했으나 여잔 여고생이었고 해야할

숙제가 있었다..

 

다음날 다시 보건소를 찾았을땐 미혼모 센타에서 나온 직원들과 상담중이었고

여잔 너무도 담담하게 앉아서 듣고 있었다..

어제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이..

 

내가 첨으로 본거..

그게 뭔진 담담하게 분만과정을 지켜봤지만 여자아이의 분만으로 일그러진

하얀 얼굴과 무표정한 잡다한 그을림과 바보스런 무지스러움 들이 엉키고

망가진 실타레처럼 꼬여서 해결할수 없을 지경이 된거 .. 그게 전부였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 어쩌구 하는 이론에 바탕을 둔 실습이 아니라 여자란 이유로

혼자서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빈가슴을 거기서 껴안고 나니깐 간호대에 들어와서

내가 알아야 했던게 무엇이었는지 하는 헷갈림으로 한동안 혼돈을 주던 시간

이었다..

 

지금은 많이 어리숙해진 내 모습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내게 주어진 딸아일

볼때마다 10년전 기억이 떠올라 잠시 멍하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