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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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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은인인데... ''


BY 올리브 2003-09-23

아침근무가 거의 정리되어가고 있을즈음 가뜩이나 말라서 간호사들에게 동정심을

유발케 했던 선생님이 기운 쑥 빠진 얼굴로 내게 팔을 내밀었다..

 

'''' 나 항생제 한대 놔줘요... 그냥 견딜려고 했는데 안 낫네.. ''''

 

'''' 이거 스킨 테스트 해야 하는거 알죠? 할꺼죠? ''''

 

당연히 환자들에게 주사할땐 스킨테스트 하는게 원칙인데 우리같이 알 만한 사람들은

가끔 이런 위험부담을 무시하고 잘난척 할때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맘에서 내가 재차

물었더니

 

'''' 아 .. 그거 나 안하고 맞을래요.. 뭐 괜찮겠지..''''

 

'''' 그래도.. 이거 그러다 side 생기면 어쩔려구..''''

 

난 '''' 괜찮을까.. '''' 하는 잠깐 파고드는 찝찜함을 무시하고 '''' 내과 의사가 어련히

알아서 할려구.. ''''  중얼대며 주사기에 약 재서 의자에 앉혀놓고 얘기도 해가며 천천히

정맥주사를 놓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아프다고 엄살피는 선생님을 놀려대며 약이 다 들어가고 주사바늘을 빼려는

순간

 

'''' 아 ... side 다... ''''

 

신음 비슷한 억지스런 중얼거림이 이어지더니 앉아있던 의자에서 힘없이 쓰러지는걸

보면서도 난 잠깐 웃었었다..

워낙에 장난스럽고 개구장이 같았던 선생님 이었던지라 잠깐 나한테 장난치는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깐...

 

근데 아니었다.. 눈이 감겼다 떠지면서.. 이건 shock 이었다.. 내가 종종 봤었던 그 상황

이 막 펼쳐지고 있었다..

 

인계시간이 막 시작되고 있다가 난 응급상황을 알렸고 방송에선

'''' arrest... arrest... 내과 병동.''''

 

방송이 나가고 의국에 있는 의사들이 달려나왔고 내가 할수 있는일 이라곤 옆에 주저

앉아서 오돌오돌 떠는일 이었다..

 

미치겠어.. 이런일이..

 

복잡한 상황이 시작됐고 다행히 선생님이 깨어났을때 동료 의사들이 한마디씩 해대며

막 잠에서 깨어난것처럼 머쓱해하는 선생님께 구박해대기 시작했다..

 

'''' 야.. 너 그럴줄 알았다구.. 창피한줄 알어.. 괜찮긴 하냐..''''

 

'''' 밥 먹다가 깜짝 놀랬네.. 내가 너 일 낼줄 알았다..''''

 

한번 씩 웃더니 아직도 놀란 가슴 끌어안고 오돌오돌 떨고있는 날 쳐다보며 문제의

주인공이 하는말

 

'''' 놀랬죠?  아이고 미안해라.. 담부턴 안 그럴께요..''''

 

만약에 더한 상황이라도 나타났다면 난 어찌해야 했을까..

순간 핑 돌면서 어지럼증을 느끼고 주저앉아서 울었다.. 이런 날 지켜보는 간호사

의사들은 더 놀라서 날 다독거려주기에 바빴고 내가 그 개구장이 의사한테 한말은

 

'''' 나.. 나 말예요.. 선생님이 죽었는줄 알았단 말예요.. 죽었으면 나 어떡해..''''

 

인계후 아직 링거주사를 꽂고 있는 선생님땜에 맘이 편치 않았던 난 의국에 들를

작정으로 음료수를 챙겼다..

순간 날 발견한 다른과 선생님들이 다들 웃어대느라고 시끄러웠고 괜히 왔나 하는

후회와 이미 문을 열고 들어온 난 어떤 행위라도 해야 했기에 들고온 음료수를

모두에게 나눠주면서 아까 도와줘서 고마웠었다는 인사를 했다..

그러다 어색하고 미안한 맘땜에 얼른 링거병을 한번 쳐다봤다..

 

그때 그날의 주인공이 내게 소리치며 하는말

 

'''' 생명의 은인인데 더 있다가 가요... 와줘서 고마워요..''''